우리나라에서 성명 삼자로 안 통하는 데가 없는 인물이 홍길동이다.
사람들은 그를 소설 속의 주인공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조선 연산군 때 실존했던 사람이다.
그 고향은 전남 장성군 아치실이며, 명문 집안 자손이다.
서거정의 필원잡기에는 홍길동의 풍모를 짐작케 하는 기록이 남아 있다.
홍길동의 형인 홍일동을 통해서다.
홍일동은 북한산 진관사에 놀러갔다가 떡 한 그릇, 국수 세 주발, 밥 세 바릿대, 두부국 아홉 주발을 먹고 다시 산아래 마을에서 찐 닭 두 마리, 생선국 세 주발, 생선회 한 쟁반, 술 마흔잔을 마신 대식가였다고 한다.
홍길동이 대식의 거한이었음을 짐작케해주는 자료다.
▲실존인물 홍길동의 역사기록은 단 한 줄만 전해진다.
연산군 일기에 나오는 "강도 홍길동이 잡혔다" 는 내용이다.
그 뒤 남해 섬으로 유배됐다가 오키나와로 건너갔다는 설이 구전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오키나와의 석원도라는 섬에는 백성을 규합하여 관료에 대항한 '민중의 제왕 홍씨왕'이라는 영웅이 있었다고 한다.
비석과 사당까지 전해지는 그 인물이 홍길동이 아닌가 추정되고 있다.
▲홍길동전을 쓴 허균은 강릉 초당마을의 5대 문장가 중 한 사람이다.
아버지 허엽과 이조판서를 지낸 이복형 허성, 친형인 허봉, 누나인 허난설헌과 허균 이렇게 한 집안에서 다섯 문장가가 배출됐다.
허균은 100년 전 실존인물인 홍길동 이야기를 듣고 소설을 통해 그를 부활시켰다.
소설에서 홍길동이 서자로 묘사되는 것은 허균의 스승 이달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달이 양반과 홍성 관기 사이에서 태어난 서자였기 때문이다.
그런 스승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허균에게는 파격적 행동이 많았다.
▲평민, 천민들과 무남 없이 어울려 '문재는 탁월했지만 인륜을 모르고 경박하다'는 평을 들었다.
성의 자유를 부르짖으며 기생을 임지에 대동하고, 무뢰배의 청탁을 받아 민폐를 사는 등 이유로 6차례나 파직되고 3차례나 유배 길에 올랐다.
종국에는 역모 혐의에 연루돼 광해군의 온정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이이첨의 농간으로 즉결재판이나 다름없는 절차로 창에 찔려죽는 비운을 맞았다.
▲지난 1일 충북 청주의 새마을금고에 20대 주부 강도가 들더니, 어제는 결혼을 앞둔 20대 미혼녀가 전세금 마련을 위해 가스총으로 현금수송차를 털려다 붙잡혔다.
여성의 기가 날로 드세져 직종파괴는 옛말이고 이제는 강도업(?)까지 진출하고 있다.
세월이 하도 빨리 바뀌니 홍길동 대신 '홍길순'이 등장했다 해서 이상할 일도 없다.
그러나 남녀동권의 좋은 현상은 안보이고, 나쁜 행실만 잇따르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비뚤어진 세태를 바로잡아줄 스승이 절실해진다.
박진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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