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차례의 태풍으로 힘들게 가꾼 양식장이 모두 사라져 버려 눈앞이 캄캄합니다".
태풍 '매미'가 휩쓸고 간 포항 대진 앞바다 정승우(45.포항시 장기면)씨의 해상가두리 양식장과 하일만(40.〃)씨의 우렁쉥이 양식장이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양식장이 있던 곳에는 스티로폼 몇 조각만 둥둥 떠다닐 뿐. 정씨는 "양식중이던 우럭치어 65만 마리와 성어 10만 마리, 돔 성어 5만 마리 등 모두 12억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자식처럼 애지중지 길러왔던 고기들이 눈깜짝할 사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8년째 가두리 양식을 해왔지만 이번과 같은 피해를 입기는 처음입니다.
도무지 기가막혀 말이 안나옵니다".
정씨는 사라져 버린 양식장을 바라보며 거의 넋을 잃었다.
적조가 기승을 부리고 있을 때도 아무 피해없이 버텨왔던 정씨는 적조가 소멸되는 대로 성어를 출하키 위해 마무리 손질을 하고 있던 중이어서 안타까움이 더했다.
"폭풍이 몰아쳐 양식장에 나가보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아침에 나가보니 양식장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태풍만 아니었어도 정씨는 올해 3억5천만원 가량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젠 살길마저 막막해진 상황이 돼버렸다.
사정은 하씨도 마찬가지. 양식중이던 우렁쉥이 2천500봉(1봉 120kg)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거나 죽어버려 2억5천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
특히 우렁쉥이의 경우 최근들어 가격대가 좋게 형성돼 모처럼 제값을 받게 될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는데 이젠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선친때부터 25년동안 우렁쉥이 양식을 해왔지만 이런 피해를 입기는 처음이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합니다". 정씨는 눈앞에 펼쳐진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할 말을 잃었고 하씨는 연신 담배만 피우며 속을 태웠다.
"다시 일어서야죠. 빚을 내든지 대출을 받던지 해서라도 다시 시작해야죠".
이미 영어자금 수 천만원을 쓰고 있는 두 사람은 결국 또 다시 빚을 내 치어와 종패를 입식해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치어를 입식하더라도 성어로 내다팔기까지는 2, 3년은 기다려야 되기 때문에 그동안 양식장을 꾸려가는 것도 사실 버거운 형편이다.
이들은 "태풍 피해에 대한 관심이 온통 육지에 쏠려있지만 사실 피해는 양식어민들이 더 크다"며 "수협 등의 이자상환 기간을 연장해 주거나 담보없이 양식허가권으로도 대출이 됐으면 그나마 다행이겠다"고 말했다.
태풍 매미는 양식장만 삼켜버린 것이 아니라 정씨와 하씨의 삶의 희망까지도 삼켜버린 것이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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