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본, 안전 이렇게 지킨다(1)-풍수해 '걱정끝'

오늘날 세계는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계절이나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일시적인 집중폭우가 곳곳에 쏟아져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내고 있다.

때문에 풍수해를 대비해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풍수해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일은 나라마다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일본의 풍수해 대책은 표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매년 태풍이나 게릴라성 집중호우 때문에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이 넘는 피해를 입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보면 일본의 풍수해대책은 '금과옥조'로 삼을 만하다.

◇풍수해는 재난 축에도 못 든다=워낙 많은 지진이 발생하고 피해 또한 막대한 편이라 풍수해는 일본에서 재난으로 대접(?)받지 못한다.

하지만 1970년 본격적인 홍수 대책을 마련하기 전까지만 해도 지진의 피해보다 풍수해로 인한 피해가 훨씬 심각한 실정이었다.

특히 태풍으로 인한 풍수해는 아직도 일본열도를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91년 일본열도를 강타한 태풍은 사망 62명, 부상자 1천261명에 7천억원대의 재산피해를 가져왔다.

일본의 풍수해 대책은 크게 3가지. 1970년대 이전에는 강을 깊이 파고 제방을 만드는 원시적인 방법에 치중했으나 1970년대 이후부터는 근대적인 풍수해 방지대책을 마련, 홍수가 발생했을 때 물을 축적해 풍수해를 줄이는 유출억제대책을 수립하고 기상정보를 사전에 파악, 주민들에게 미리 알려주는 정보제공 시스템을 구축했다.

1990년대 후에는 이를 한단계 더 발전시켜 최신 컴퓨터와 기상위성을 활용, 풍수해 정보를 사전에 수집하고 정보공개를 통해 풍수해가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밖에도 건물을 지을 때 바닥을 지표면보다 높게 설치하거나 상습 침수지역의 도로에 다리를 건설하는 등 수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다.

특히 주요 강마다 감시카메라를 설치, 인터넷을 통해 시시각각으로 주민들에게 유량을 공개하고 상습침수지역마다 침수 예상 구역을 위험도에 따라 색깔별로 표시한 대피도를 만들어 주민들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 케힘 하천 사무소에 근무하는 야마다씨는 "150년만에 한 번 있을 수해를 예방하기 위해 침수예상 구역 지도를 만드는 등 풍수해를 줄이기 위해 엄청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유비무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해복구 역시 우리가 본받아야 할 대목. 풍수해가 발생할 때마다 연중행사처럼 벌어지는 수재의연금 모금으로 어린이 돼지저금통까지 터는 원시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우리와는 달리 일본은 일찍부터 '홍수 보험제도'를 도입,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를 빠른 시일내에 복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최첨단 유출방제 시설=지난 달 29일 찾은 요코하마 월드컵 경기장 주변은 그 자체가 거대한 유수지로, 최첨단 유출억제대책의 결정판이었다.

쓰루미강 하류부근에 세워진 이 유수지는 390만t에 이르는 대규모 담수량을 자랑한다.

평상시는 주민들이 즐겨 찾는 체육공원으로 사용되다 홍수발생 때는 물을 가두는 대규모 유수지로 변하는 것.

이 유수지는 매트리스 성분으로 만들어진 전체 제방과 돌망태 형태의 분리제방, 홍수시 물길을 유도하는 유도 제방으로 둘러싸여져 있어 거대한 홍수가 발생하더라도 유속을 최대한 줄여 안전하게 물을 저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 2중 배출구를 만들어 유량을 감안해 배출량을 조절하고 유수지 안에는 광통신 카메라를 설치, 시시각각 변하는 유량을 지역 하천 사무소에 전달한다.

이 일대를 관통하는 '고상식 도로'는 도로밑에 다리가 장착돼 있어 홍수가 발생해도 끄덕없이 버틸 수 있다.

초대형 유수지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요코하마 경기장 역시 지상으로부터 8m높이에 세워져 있고 주차장을 지상에 건설하는 등 풍수해 예방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구비했다.

게다가 인근에는 소규모 유출억제시설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쓰루미강의 경우 강의 길이가 42.5km에 불과하지만 평상시에는 테니스 코트 등 생활편의시설로 사용되다 유사시 유수지 역할을 하는 소규모 유출 억제 시설이 3천300개나 설치돼 있다.

특히 이곳을 비롯한 홍수해가 잦은 지역의 경우 새로운 건물을 지을 때 유출억제시설을 짓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 케힘 하천 사무소 가와시와 후미오씨는 "풍수해가 발생할 때마다 평균 1천500ha 지역이 수해를 입었는데 유출 억제 시설을 설치하고 난 후 피해지역 수위를 1m정도 낮춰 피해지역이 900ha 정도로 줄어들었고 피해가구 역시 8만 가구에서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최창희기자.

사진:첨단 수해방지 시설을 갖춘 요코하마 경기장. 지상 8m 높이에 건설돼 주변 일대가 평상시에는 체육공원으로 사용되다 홍수때는 최고 390만톤의 물을 가두는 대규모 유수지로 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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