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학은 생존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 틈바구니에서 교수들은 연구와 강의보다는 학생모집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교수가 되기 위해 학업에 많은 시간과 경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개중에는 외국에서 수년 동안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서 도전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대학의 시간강사로,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강사료를 받고서 이 눈치 저 눈치를 살펴야 하는 입장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가 전임으로 임용되면 사람들에게 행운아 취급을 받는다.
교수가 되는 길은 이렇게 험난하지만 교수생활 14년에 제자 18명을 대학의 전임으로 배출했다는 것이 나에는 큰 자부심이었다.
며칠 전 4년제 D대학교 멀티미디어학과의 학과장으로 있는 제자가 연구실로 인사를 하러 왔다.
제자는 나에게 사표를 제출했다고 했다.
그 이유를 다그쳐 물었더니 내용은 이랬다.
교수가 연구하고 강의를 하는 데 열중해야 하건만 1년 동안 계속되는 학생모집을 위한 출장에 심신이 지쳤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교사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학생을 많이 보내달라고 구걸하는 것이 교수의 임무라면 그만두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이유는 경제적인 데에 있었다.
연속되는 미충원 사태에 각 학과에 입학하는 학생 충원율에 맞추어 월급을 지급하겠다는 총장의 지시가 떨어졌다.
교수들은 '설마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겠지' 라고 반신반의 하면서 그래도 비극적인 사태를 걱정해 학생 모집에 더욱 열심이었다고 한다.
다음 해 입학생을 절반 정도 모집한 그 학과에 학과장이 받은 월급은 정상월급의 절반인 100만원이 조금 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학교의 교수 부인들은 박봉에 시달리다 급기야 식당을 창업하거나 학원의 강사로 이리 저리로 뛰어 다녀야 아이들 학원비라도 낼 수 있는 삶의 버거운 현장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이는 오늘날 한국 대학의 참담한 현장의 극단적인 한 단면이지만 우리 지역에도 대표적인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학생 정원 채우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구조는 대학 교수의 영업사원화를 재촉하는 것이다.
그 제자는 교수들과 삼삼오오 모여 현대 자동차의 파업을 지켜보면서 그들을 부러워했다고 한다.
"교수는 파업을 할 수도 없지만 파업을 한다고 해도 학교에 돈이 없지 않습니까". 이제 나는 제자들에게 교수의 길을 권하는 것이 두렵게 되었다.
이용환(경일대 교수.사진영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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