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도르트문트의 교훈

17일 대구벤처센터에서 독일 도르트문트 프로젝트가 주최한 '유럽진출 투자설명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물론 도르트문트시(市)의 투자환경이 참가 기업들의 큰 관심사였겠지만, 경제부 기자의 입장에서는 도르트문트시의 외국기업 유치전략 그 자체가 더 큰 관심거리였다.

대구도 외국기업 투자유치를 절체절명의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저렴한 공장용지 제공' '각종 세금 우대 정책' 등 타 지역과 전혀 차별화 되지 못하는 조건만 내놓은 채 별다른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말이 좋아 외국기업 유치지,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는 하소연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도르트문트시의 투자설명회 역시 우수한 지리적 여건과 R&D(연구.개발) 및 비즈니스 환경, 저렴한 생활비 등이 중점적으로 소개됐다.

그러나 우리의 투자설명회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내용이 있었다.

인근 뒤셀도르프와 뒤스부르크에 1~10학년(초등 1년~고교 1년) 과정의 한국어 학교가 개설되어 있으며, 한국어 학교의 성적은 독일 학교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전체 학생이 70명에 불과하지만 주 정부가 모든 재정을 지원하며 시교육청이 운영을 맡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여 졌다.

외국인학교 하나 없는 현실을 그대로 둔 채 외국기업 투자유치를 외치는 대구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대구와 본질적인 차이는 투자유치 활동 그 자체에 있었다.

도르트문트의 외국기업 유치 활동은 시 정부가 아닌 제3섹터 형식으로 기업과 같은 운영 시스템을 갖춘 '도르트문트 프로젝트(DP)'가 담당하고 있다.

관료조직의 경직성은 선진국인 독일도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DP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투자하려는 외국기업에 대해 마케팅 파트너 소개, 공장설립 총괄대행, 숙소.사무실 임대 지원, 각종 컨설팅 등 모든 업무를 DP에서 한꺼번에 처리해 준다.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가장 편하게 제공하는 전략이다.

대구의 전략은 외국투자를 성공시키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투자유치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겉치레를 위한 것인지, 다시 한 번 근본적으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석민〈경제부〉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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