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어린이들의 성장에 여러모로 유익하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 하지만 발달장애아동이나 정서 불안, 과잉 행동 등을 보이는 어린이들의 치료나 재활에 이용된다는 이야기에는 그리 익숙지 않다.
즉흥 연주나 긴장 이완 훈련, 악기 연주, 노래 부르기, 음악 듣고 연상 그림 그리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런 어린이들이 적절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가, 바로 음악치료사다.
"음악 치료를 통해 입을 다문 아이들이 말문을 열거나, 자신감이 전혀 없던 여자아이가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 작은 기적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구 두산동 화니 어린이집에서 음악치료사로 4개월째 일하고 있는 강경희(42·여)씨. 음악대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평범한 주부로 자녀들을 키우던 강씨가 음악치료사의 길을 걷게 된 건 지난해부터. 평소 관심을 갖고도 가사 때문에 엄두를 못 내다 계명대 평생교육원에서 개설한 음악치료사 과정에 입문한 것. 1년 동안 충실히 실력을 쌓아 자격증까지 따낸 그는 지난해 실습한 인연으로 이 어린이집에 첫 둥지를 틀었다.
강씨는 오전, 오후 4시간씩 나눠 개인, 그룹 단위로 발달장애아동들을 가르친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있다 보면 힘든 경우를 수도 없이 겪습니다.
바닥에 변을 보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컵에 담아 들고 있는 아이도 있어요. 더럽다는 생각을 하면 견디기가 쉽잖은 일이죠". 별별 일들을 다 겪지만 이를 통해 어린이들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다는 그는 "돈벌이를 생각하면 피아노 교습소를 하는 편이 낫다"고 했다.
현재 화니 어린이집에는 80여명의 아동들이 있으며 음악·미술·물리·언어·심리 등 각 분야의 전문 치료인 30명이 종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음악치료는 많은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다른 시간에는 별로 흥미를 보이지 않던 아이들도 이 시간에는 다양한 음악 소리에 제각기 반응을 보이며 신나게 악기를 두드린다는 것. 강씨는 "음악을 통해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그 속에서 신체와 행동이 변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했다.
음악치료사가 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음악적인 재능이나 능력은 기본. 어린이들에 대해 무한한 애정도 갖고 있어야 한다.
일정 절차를 거쳐 체계적인 수업도 받아야 한다.
계명대 평생교육원 음악치료사 과정의 경우 일반과정-전문가과정-심화과정 3학기를 거쳐 시험을 통과해야만 자격증을 얻을 수 있다.
이론 공부뿐만 아니라 실습도 90시간 이상해야 하기 때문에 중도에 탈락하는 사람도 많다.
지난해 20명으로 출발한 1기생들 가운데 7명이 그만뒀고, 올해 자격증을 받은 사람은 7명에 불과하다.
대부분 음악대학 출신이다.
일반대학 졸업자도 도전해볼 수 있는 영역이지만 음악적 재능과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에는 음악치료과가 없으며 이화여대, 숙명여대, 세종대, 명지대, 원광대, 한세대 대학원에서 음악치료학 석사과정을 두고 있다.
평생교육원 음악치료사 과정을 두고 있는 곳은 서울가톨릭대, 부산대, 동의대, 고신대 등이 있으며 지역에서는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두 곳이다.
음악치료사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어린이집이나 각종 장애아동시설, 치매노인시설, 복지관, 재활센터 등에서 음악치료사를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병원 가운데도 음악치료를 병행하는 곳이 있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미래 유망직군으로 꼽히고 있다.
계명대 평생교육원 김신희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걸음마 단계를 벗어난 수준이지만 앞으로 사회 곳곳에서 활약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배출 과정 또한 한층 엄격해질 것"이라고 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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