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국인을 어떻게 봐야 할까? 아프가니스탄.이라크전쟁 등 최근의 사건을 통해 그들을 파악할 수 있겠지만, 역사 만큼 그들을 잘 살필수 있는 잣대도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사의 전설, 거짓말, 날조된 신화들(미래M&B 펴냄)'은 미국인들의 사고와 정서, 생활환경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유용한 책이다.
저자인 리처드 솅크먼(미국 저널리스트)은 미국인의 허황된 신화를 발가벗기는 작업을 통해 미국인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너무나 부풀려진 컬럼버스의 신화=그는 아메리카 대륙을 '최초로' 발견한 유럽인이 아니었다.
고대 바이킹 탐험가 비아르니 헤리울프손이 최초로 발견했고, 1천년경 그의 후손 레이브 에릭손은 12년간 북아메리카 해안지역에서 살기도 했다.
또 컬럼버스는 아이티에서 정착촌을 건설하면서 인디언을 노예로 만들고 학살을 자행한 잔인한 '영웅'이었다.
그는 인디언들에게 황금을 상납하도록 요구했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숱한 인디언들의 양손을 잘라 죽게 만들었다.
컬럼버스의 신화가 아름답게 꾸며진 것은 미국의 유명한 소설가 워싱턴 어빙이 쓴 전기 때문이었다.
△부정부패를 일삼은 건국의 아버지들=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자유와 독립을 외친 의혈남아들이 아니라, 정치 음모와 중상모략, 부정부패를 일삼은 무뢰배(?)들이었다.
헌법기초위원이자 부통령을 지냈던 엘브리지 게리는 게리멘더링(선거구를 자기 당에 유리하게 만드는 기술)이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는가 하면, 일부 의회는 역사상 최대의 부정부패를 저지른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 그들이 독실한 신자들로 알려져 있지만,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프슨, 벤자민 프랭클린 등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교회에 나가지 않았고, 상당수는 아예 교회에도 가지 않았다.
△날조된 대통령의 성공신화='기회의 나라' 미국의 이미지에 비춰 자수성가한 대통령이 많을 것 같지만, 미국의 역대 대통령은 대다수 상류층 출신이었다.
미국민의 대부분은 상속 없이 사회생활을 시작하지만, 상당수 대통령들은 상속 재산이 엄청났다.
17대 대통령 앤드루 존슨(1865∼69 재직)만이 극빈층 출신이었다.
'가난한 통나무오두막집의 신화'로 유명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그때 당시의 이웃과 비교할 때는 그리 가난하지 않았다.
역사가들에 따르면 링컨의 아버지는 지역사회에서 납세자 순위 15%안에 드는 부자였다고. 대통령 선거운동을 하면서 중하류층 유권자들을 노려 의도적으로 집안배경을 속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대인학살을 방관한 미국=미국 지도자들은 유대인 집단학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았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죽음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폭격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는, 그런 일 때문에 항공기를 허비할 수 없다고 냉정하게 거절했을 정도다.
미 국무부 관리들은 오히려 유대인이 구출됐을때 미국으로 대거 들어올 수 있다는 점에 걱정했다.
△서부는 무법천지가 아니었다=할리우드 영화의 과장선전 때문에 부풀려진 것이다.
서부 캔자스의 목축도시였던 도지시에서 가장 많은 살인사건이 일어나곤 했는데, 1878년 5명의 사망자가 최고치였다.
오케이목장의 결투가 벌어졌던 툼스톤에서도 최악의 해에 5명이 죽었다.
△전쟁을 좋아하는(?) 미국인=1812년 미국군은 명령없이 캐나다 온타리오를 공격 의회 건물을 불태웠다.
나중에 영국군이 반격을 가해 워싱턴을 불태웠지만, 아무런 이유나 명분도 없는 전쟁이었다.
1836년 텍사스 독립전쟁당시 멕시코군에 포위돼 알라모를 사수했던 수비대는 최후의 한 사람까지 싸웠다고 역사책에 기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멕시코군에 붙잡혀 처형됐을 뿐이다.
또 처음부터 질 것으로 예상했던 베트남전쟁도 극우주의자들의 정치논리에 말려 참전을 했다가 결국 처참한 패배로 끝났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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