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로 대구시내 가로수와 조경수 3천400여 그루가 쓰러졌다.
히말라야시다, 왕벚나무, 플라타너스, 은행나무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를 계기로 시내 가로수 수종을 다양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18일 오전 시청 녹지과 사무실에서 강점문(40) 녹지과장을 만났다.
강 과장은 "뿌리가 얇게 뻗는 천근성 수종인 히말라야시다와 아카시아, 덩치가 큰 플라타너스, 왕벚나무 등이 피해가 컸다"며 "완전 복구는 내년 봄에나 가능하고 비용은 25억~30억원 가량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동구 공항로와 아양로 등지에 심겨진 히말라야시다의 경우는 지대가 높아 많이 넘어졌다고 했다.
그는 또 도심보다는 외곽지역의 가로수가 피해가 더 컸다고도 했다.
주변에 바람을 막아주는 건물들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
28그루가 넘어진 백합수의 경우는 자연그대로 키우려고 의도적으로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특히 가로수의 경우 뿌리가 뻗을 장소가 한정적인데 반해 가지는 크게 자라는 가분수 형태가 많아 이번 태풍과 같은 강풍에는 견디기 힘든 취약점이 있다고 했다.
강 과장은 "대구는 더운 여름날씨 때문에 공무원들이 가로수의 가지치기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동대구로의 히말라야시다의 경우 욕을 얻어먹을 각오로 가지치기를 했는데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했다.
그는 "대구는 여전히 회색도시"라고 했다.
앞산 정상에 올라 시내를 바라보면 녹지공간을 찾기 힘들다는 것. 이 때문에 시내 도심공원을 많이 만들어 푸른 대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수해를 계기로 일각에서 주장하는 수종 다양화에 대해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당장은 힘들다"고 했다.
대구시의 수종은 플라타너스와 은행나무가 50% 이상인데 이는 전국 어느 도시도 만찬가지라고 했다.
수종을 바꾸기 위해선 현재의 가로수를 제거해야 하는데다 대체할 나무를 찾기도 쉽지 않다는 것.
하지만 장기적으로 도로 구간별로 같은 수종을 심거나 향토 수종중에 가로수로 쓸 만한 나무를 발굴할 필요성은 인정했다.
특히 팔공산에서 자라는 무환자나 보리수 나무 등은 잘 키우면 좋은 가로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 가로수가 활엽수 중심이어서 겨울에 삭막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상록수인 침엽수의 경우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고, 게다가 여름철에 침엽수는 우중충한 느낌을 준다"고 했다.
강 과장은 또 "도시는 밝아야 하는 동시에 나무가 많아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지하철 2호선 공사가 끝나고 도시 기반이 갖춰지면 녹지.환경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구의 가로수 조경은 상당히 잘 된 편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부산, 울산 등지의 공무원들이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자주 찾는다고 했다.
특히 울산의 경우 가로수 조경이 대구와 거의 흡사하다고 강조했다.
경북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기술고시에 합격한 강 과장은 지난 1990년 시청 녹지과에 첫 발령을 받은 뒤 줄곧 나무와 관련된 업무만 맡았다.
이 때문에 산에 올라 낯선 나무를 보면 이름부터 찾는 습관이 생겼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창환기자 lch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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