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설>지하철공 결정 또 한달 밀려

18일 열린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는 지역 현안 법안인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KIST)법과 한국지하철공사법을 두고 시종 논란을 거듭했다.

심의 도중 법안을 대표 발의한 강재섭.박승국 의원과 정부측간 논리대결이 이어졌고 간혹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결국 DKIST법안은 통과됐고 지하철공사법은 또다시 처리가 유보됐다.

보기에 따라 '하나씩 주고 받았다'고 볼 수 있으나 두 법안 처리에 기대가 컸다는 점에서 실망도 컸다.

다만 지하철공사법은 국정감사 뒤 내달 중순쯤 재심의키로 해 여전히 여지는 남겨둔 상태다.

◇DKIST법=이날 법사위 소위는 처음부터 정부측의 반대로 진통을 겪었다.

국무조정실의 연구지원 심의관이 정부출연법과의 상충문제를 거론하며, "법이 만들어지면 다른 지역에서도 동일한 법을 들고나올 게 분명하다"며 법 제정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소위위원인 민주당 최용규, 한나라당 심규철 의원이 "정부출연법을 개정, 출연법 8조1항에 DKIST를 추가하자"고 가세했다

법 개정을 통해 현재 91개인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DKIST를 새로 넣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별도의 법 개정에 불필요한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데다 연구기관을 설립할 때마다 법을 고쳐야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어 지역 의원들의 반격이 이어졌다.

박헌기 의원이 "출연법과의 저촉문제를 해결키 위해 DKIST법안 3조에 'DKIST는 정부출연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방자치단체, 대학, 연구소 및 기업이 공동으로 출연하여 설립한다'는 내용을 추가하지 않았느냐"며 법 체계상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DKIST법을 대표 발의한 강재섭 의원도 "출연법을 개정하기에는 시기가 너무 촉박하고 또한 DKIST의 경우 기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과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며 법안 통과를 거듭 요청했다.

그러자 배석한 과학기술부 권오갑 차관이 "출연법을 개정하면 DKIST의 설립취지나 목적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며 원안통과 필요성을 강조했고 김용균 법안 심사소위원장도 "DKIST 3조에 '정부출연법 규정에도 불구하고'라는 규정을 둬 법적 논리가 확보됐다"고 손을 들어줬다.

결국 일부 의원들의 우려에도 불구, 법안이 만장일치로 처리됐다.

◇지하철공사법=심의 초장부터 반대에 부딪힌 것은 DKIST법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건교부측 관계자는 "지하철의 안전은 국가가 직접 지하철을 건설, 운영한다고 해서 직원들의 전문지식 향상과 안전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며 대구지하철 참사를 들어 국가 공사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역 정치권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여기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도 "5개 광역시의 지하철 부채 포괄인수 및 향후 건설, 운영 비용을 국가가 부담할 경우 국가 재정부담이 과중될 것"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면서 "지방재정의 어려움을 감안, 과거 건설부채를 40% 지원해 주고, 건설비 국고지원 비율도 60%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소위위원인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이 "중앙정부가 건설을 맡고 운영은 지자체가 맡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지 않으냐"며 "그것도 어렵다면 기존 부채를 정부가 모두 책임지는 방안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원사격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민주당 최용규 의원이 다리를 걸었다.

그는 국가공사화는 물론 정부의 건설부채 40% 탕감안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최 의원은 "정부가 지하철 부채의 40%를 탕감하겠다고 하는데 말도 안된다"며 "그러면 마구잡이로 땅을 파헤쳐 부채가 늘어난 도시는 혜택을 받고, 그렇지 않은 도시는 혜택을 적게 보는데 그건 형평의 원칙에 맞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공사법을 발의한 박승국 의원이 나섰다.

박 의원은 "본래 지하철은 지자체가 시작한 게 아니고 정부가 건설하고 운영을 책임지는 국책사업으로 시작한 것"이라며 "그러니 자꾸 지자체만 나무랄 일이 아니다"고 맞섰다.

그는 또 "지금까지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와 지하철참사를 비롯해 50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구지하철 사고가 주는 교훈을 외면해선 안된다"며 정부의 인식변화를 호소했다.

하지만 소위위원들과 정부측간 시각차를 좁히지 못해 법안 처리를 보류한 채 향후 재심의키로 결론내리고 심사를 종료, 아쉬움을 남겼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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