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녹두생고기전문점' 서홍성씨

'녹두생고기전문점(대구 신천동)'을 운영하는 서홍성(45)씨는 개업 5개월만에 대박을 터뜨렸다.

보증금 2천만원에 얻은 33평짜리 가게의 매출이 월 평균 2천500만원을 넘기고 있는 것.

지난 4월, 개업 첫 날에만 70만원어치를 팔았다는 서씨. 그 이후에도 서씨 가게의 매출 신장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많이 파는 날은 하루 매상이 140만원을 넘긴다.

덕분에 그의 가게는 종종 폐점시간이 앞당겨진다.

고기가 다 떨어져 저녁 9시에 손님들을 돌려보내야하는 일까지 이따금 생기고 있는 것.

그는 먹는 장사의 경우, 마케팅보다는 품질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얘기했다.

'맛'이 좋으면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이라도 장사가 된다는 것이다.

"생고기집은 맛좋고 신선한 고기가 생명이죠. 그런데 개업전엔 고기에 대해 전혀 몰랐습니다.

도축장에 가서 무턱대고 '좋은 고기'를 달라고 했죠. 10원도 깎지 않는 방법으로 도축업자들에게 매달렸습니다.

가격을 더 쳐주니까 좋은 고기를 얻을 수 있더군요".

서씨는 이틀에 한번씩 밑반찬을 바꾸는 전략도 쓴다.

생고기의 맛에다 밑반찬의 푸짐함까지 얹어 손님에게 다가간다는 영업 방식. 밑반찬 재료는 자신이 직접 대구 칠성시장에서 매일 새벽 장을 본다.

그 다음은 서비스였다.

서씨는 서비스의 생명은 종업원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임금을 다른 업소보다 더 주는 방법으로 종업원들의 동참을 이끌고 있다.

덕분에 개업 이후 단 한번도 손님들과의 마찰이 없었다는 것.

서씨는 생고기 전문점을 차리기 전 창업 아이템을 구상하는 데만 8개월이란 시간을 쏟아부었다.

창업에서는 아이템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가게를 먼저 얻고 아이템을 구상하느라 8개월동안 월 80만원씩 임대료를 날렸다.

하지만 그는 무턱댄 창업은 100% 실패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가게를 얻은 뒤 8개월동안 전국을 다녔습니다.

서울, 대전, 광주 등 안다닌데가 없어요. 대구시내도 음식점으로 유명한 곳은 모두 찾아가봤습니다.

설거지도 해주며 식당 사정을 살폈죠".

그는 지난 3월말에야 창업 아이템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음식 취향이 점점 고급화되는데 착안, '생고기가 되겠다'는 확신을 얻은 것.

"한번만에 성공을 맛보기는 어렵습니다.

준비하고, 실패하고,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또 도전하는 과정이 있어야겠죠. 수업료를 내지 않고 좋은 성적을 낼 거라고 생각해선 안됩니다".

서씨는 고등학교를 마친 뒤 지난 1993년까지 대구시내의 한 스포츠센터 수영강사로 일했다.

월급이 너무 적어 수영강사를 그만뒀다는 그는 퇴사 직후 3억여원의 빚을 얻어 대구 동성로에서 셀프커피전문점을 냈다.

결과는 개업 보름만에 실패. 1천원짜리 커피를 팔아서는 도저히 빚 3억여원을 갚는 것은 물론 이익도 낼 수 없었다.

"커피전문점 실패를 통해 장사가 뭔지 알게됐습니다.

한 번 실패하고 나니까 엄두가 안나더군요. 장사가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마냥 쉴 수만은 없어 1995년 대구 고속버스터미널 부근에 9천만원을 들여 호프집을 냈다.

커피점 실패가 좋은 공부가 됐던 탓에 꽤 많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1997년말 외환위기가 터졌다.

손님이 급격히 줄어 결국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2000년엔 남은 돈을 다 끌어모아 세차장을 열었습니다.

휴일도 제대로 없이 하루 종일 일해봐야 월 평균 200만원도 챙기기 힘들었습니다.

이것도 안되겠다 싶더군요. 나는 왜 이리 되는 것이 없느냐는 좌절도 했습니다".

다시 마음을 다잡아 시작한 것이 지금의 생고기집이다.

준비 없이 시작했던 3번의 창업 경험이 그에겐 보약이 됐다.

서씨는 구멍가게라도 영업전략이 서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최고급 상품을 갖다놓아야하고 손님은 단 한가지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만큼 서비스에 충실해야한다는 것이다.

"장사를 할려면 엉뚱한 데 들어가는 비용을 아끼고, 꼭 필요한 곳에는 원없이 돈을 쏟아부어야합니다.

요즘 문을 여는 가게 대다수가 인테리어에 너무 많은 돈을 쏟아붓습니다.

그런데 겉이 훌륭하다고 손님이 많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좋은 재료를 구하는데 투자를 많이 해야죠"

그는 음식장사를 하려면 탄탄한 체력이 기본이라고 했다.

오후 3시쯤 문을 열면 새벽 3시까지 손님을 받아야한다는 것. 새벽 영업이 끝나면 곧바로 청소를 하고 시장으로 가야한다.

잠 잘 틈도 많지 않다고 서씨는 말했다.

휴일이 없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고통. 요즘 추세가 365일 영업시대여서 매일 문을 열어야한다.

"생고기집요? 저도 초보자였는데 창업을 했습니다.

준비만 꼼꼼히 한다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이죠"

서씨는 장사가 잘된다고 해서 프랜차이즈 형태로 가게를 확장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도 창업에 대해 물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아는 만큼 열심히 대답해준다는 것. 그는 실패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성공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053)751-1188.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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