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즐거운 Edu net- 솜씨 키우기;생활글 '변명'

아침부터 내 마음 한 구석이 무겁다.

어제 해오라던 사회 숙제를 못했기 때문이다.

글짓기 숙제는 쓰다 만 얼룩 종이로 남아있다.

'어떡하지…? 그냥 사실대로 말할까?'

이 생각을 하니 호랑이 선생님의 화난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학교에 왔다.

숙제를 안 한 아이들의 걱정스런 얼굴이 눈에 띈다.

급히 숙제를 하고 있는 친구. 될대로 되라며 놀고 있는 친구…. 그 친구들 속에서 나도 숙제를 하기 시작했다.

앞 친구의 숙제를 옮겨 적는 방법으로 숙제를 다 할 수 있었다.

첫째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온다.

앞에서부터 한사람, 한사람씩 숙제검사를 하시며 걸어오시는 선생님. 앞 친구와 나의 가슴이 떨려온다.

앞 친구의 숙제검사가 끝난 뒤 내 차례가 되어 선생님께서는 내 앞으로 오셨다.

"이번에도 역시 숙제를 잘 해 왔구나!"

선생님께서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 보이시며 말씀하셨다.

삐뚤삐뚤하고 급하게 쓴 티가 나는 내 글자를 보시고 눈치채셨나보다.

"저…. 저희 집 프린터가 고장이 나서요…".

나도 모르게 그만 변명을 늘어놓고 말았다.

항상 숙제를 잘 해오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고 칭찬해 주시던 선생님이셨는데…. 정말 죄송했다.

그 날 마지막 시간에는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내 스스로 깨닫기를 바라셨나보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으니, 그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말자'라는 뜻의 말씀이셨다.

한번에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잘못을 뉘우치게 되었다.

내 잘못을 생각하며 그날 일기에는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편지를 썼다.

내 잘못을 프린터에게로 넘기려던 일은 아무도 모르게 용서받고 끝났다.

어제 내가 저지른 일은 내가 책임지고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께 정말 죄송하고 또 감사하다.

한마디의 꾸중 없이 나의 잘못을 뉘우치게 해 주셨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는 내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면 그 사람의 기분도 나쁠 뿐더러 내 자신을 이기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의 사랑이 담긴 말씀 한 마디로 내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게 되었다.

다른 학교로 전근 가셔서 이젠 뵐 수 없는 선생님이시지만 아직도 그 날이 머릿속에 기억되고 있다.

이지현(경주 괘릉초 6년)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