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회 동의안 불발...盧 발목잡기?

윤성식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국회 처리가 26일 좌절됐다.

대통령의 간곡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김두관 행자부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뒤이은 부결사태로 행정부와 국회가 서로 맞서는 정국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또 한나라당이 국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탓에 이 같은 대립은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는 냉소도 적지 않다.

역으로, 4당 체제하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국회와의 관계가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 전반의 정계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도 함께 나온다.

특히 당론으로 윤 감사원장 부결처리를 결정하진 않았으나 한나라당과 자민련에다 신당과 갈라선 민주당까지 서로 공조해 내놓은 첫 작품이란 점에서 상당한 파장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양당이 서로 의기투합해 통합신당을 공격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향후 신당에 대한 견제 내지 비난수위가 이번 부결사태로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과 함께 대통령과 야당, 정부와 국회가 부딪치기만 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질 가능성이 사실상 희박해졌다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다만 윤 원장 동의안이 부결된 이상 노 대통령이 국회와의 관계개선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시각 역시 나온다.

노 대통령이 표결 하루전인 25일 한나라당을 향해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말을 세 차례나 거듭하며 "부탁은 신뢰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정치적 관점에 있어선 저를 감당하기 어렵게 공격한 것은 사실이나 정책은 잘 협력해줬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머리를 숙인 바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호소에도 불구, 부결을 막지 못한 점은 청와대로선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야당이 더 이상 청와대를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과 다름없어 결과적으로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게다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 한나라당이 강경 노선을 굽히지 않을 경우 청와대와 행정부, 국회와의 상생의 관계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날 표결에 앞서 한나라당은 윤 감사원장에 대한 당론을 정하진 않았다.

당론을 유보한 이유에 대해 홍사덕 한나라당 총무는 "노 대통령의 실정과 난맥이 이번 인사에 영향을 미칠 이유는 없어 당론 투표를 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행자부장관 해임안에 이어 감사원장 임명안까지 발목을 잡았다고 비처질 경우 예상되는 역풍을 의식해서였다.

이같은 사정은 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도 당론을 정하지 않았고 개별 의원에게 의사를 맡겼다.

분당사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으나 얼마 전만 해도 한솥밥을 먹던 처지에 청와대와 정면충돌하는 모습은 그리 좋은 광경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사진: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에 대한 본회의 의결에 앞서 최병렬대표와 홍사덕 총무, 김정숙 감사원 인사청문회 특위 위원장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