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첫 전국대회 '2003 게임페스티벌'

'2003 대구게임페스티벌'이 11, 12일 양일 간 대구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대회 정식종목은 스타크래프트. 전국 814명의 아마추어 게이머들이 지역 예선을 거쳐 그중 64명이 본선장인 달구벌에 입성했다.

이번 게임대회는 대구시가 주최한 첫 전국 규모 대회. 매 경기마다 불꽃튀는 접전이 펼쳐졌고 행사장을 찾은 1만1천여명의 시민들은 열광했다.

'스타크래프트' 세 종족이 벌인 치열했던 전장의 속으로 떠나보자.

▲결승 1경기-영웅 '마린'의 탄생

전장은 국민맵 로스트탬플. 가장 인간적인 종족 테란과 끔찍한 괴물 저그가 만났다.

6시 저그를 맞아 가장 해볼 만하다는 12시 진영이 걸린 테란. 행운의 여신도 결국은 인간과 닮아서 그랬을까. 처음부터 인간의 손을 들어줬다.

마린은 그 여세를 몰아 초반부터 괴물사냥에 나섰다.

저그가 앞마당에 해처리를 시도하자 2배럭 이후 바로 SCV를 대동, 치즈러쉬 감행.... 그렇게 호락호락 당할 괴물들이 아니다.

결과는 몰살.

하지만 저그는 그만큼 자원을 캐지 못했다.

레어도 늦어졌다.

"GO! GO! GO!" 반면 테란진영에는 3배럭에서 마린, 메딕, 파뱃들이 쏟아졌다.

한국의 해병이 귀신을 잡는다면 마린은 저그잡는 해병...

공방 1업씩 훌륭히 훈련된 그들의 총구 앞에 저그의 '땅귀신' 럴커도 속수무책. 스팀팩 재주를 부리는 그들의 날렵한 움직임은 도저히 붙잡을 수가 없다.

사이언스 배슬 1기에다 탱크 2기, 마메.파뱃 3부대 조합을 본 저그의 눈앞은 캄캄하다.

운 좋게 발견한 저그의 9시 몰래멀티, 드랍쉽 조종사는 무장도 하지않은 드론 살육명령을 내렸다.

이후 적의 심장부에 깃발을 꽂는 것은 보병들의 몫. 공방업이 충실했던 영웅 마린의 탄생을 알렸다.

▲준결승 2경기-변심한 '뮤탈'

"크아악~, 같은 종족을 배신하다니...". 인간이 되고 싶었던 일부 괴물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종족의 머리를 가져오면 인간이 되게 해준다는 말에 현혹된 것이다.

그렇게 쿠데타는 시작됐다.

로스트템플에서 벌어진 6시와 9시 저그전. 공중거리가 가까운 만큼 두 진영은 약속이나 한 듯 공중전으로 승부를 걸었다.

똑같이 앞마당 멀티에 이은 빠른 스파이어 체제. 수많은 뮤탈리스크들이 게임 화면을 뒤덮었다.

배신자의 말로는? 게임의 세계는 현실과 다르다.

반란은 거의 성공했다.

배신자(6시)의 3시 앞마당 몰래멀티가 들키지 않았기 때문. 반란군들의 숫자는 압도적으로 늘어났다.

뒤늦게 눈치챈 진압군(9시). 황급히 뮤탈을 날렸지만 그곳의 도배된 스포어 콜로니 방어막은 단단했다.

어쩔 수 없었다.

"종족을 위해 목숨을 바쳐라". 오버로드를 총알받이 삼았지만 뮤탈의 수적 열세와 업그레이드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렇게 뮤탈의 배신은 성공했다.

그러나 그들은 약속대로 인간이 되지 못했다.

더욱 사악한 종족으로 거듭났을 뿐이다.

▲32강전-가을의 전설 '프로토스'

프로토스의 부활을 알리는 가을. 올 가을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대회 32강 중 프로토스 유저는 무려 12명. 그들은 왜 가을에 유독 강할까. 스타크 세계의 세 종족을 만든 '젤-나가'조차 그 이유에 물음표를 단다.

프로토스(Protoss)는 이름부터 '첫번째 문명'이란 뜻으로 매우 신비한 종족이다.

'가을이 되면 부활한다'는 신화의 주인공이 될 만하다.

침략자 저그와의 32강전을 알리는 첫경기. 프로토스 영웅들은 눈빛부터 다르다.

갑옷기사 질럿들은 무시무시한 저글링떼의 공격을 몸으로 막으며 돌진했다.

그 옛날 '거시기해부려~'를 외치며 나.당 연합군을 향해 맹렬히 돌진하던 백제군들이 연상됐다.

하드코어 질럿러쉬. 신 개마고원의 1시(플토)와 5시(저그)는 넘어져도 코 닿을 정도로 가깝다.

프로토스 영웅들 앞에 저글링떼도 성큰도 없다.

"왜 이렇게 안 죽냐. 창은 또 얼마나 아픈지". 저글링들이 하나둘씩 피를 토했다.

주위는 벌써 벌겋게 물들었다

침착하게 병력을 모으지 않고 각개격파당한 것이 패인이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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