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금지된 사랑'

러시아의 국민시인 푸슈킨의 '사랑' 이야기는 유명하다.

세계적인 대문호였던 그는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쳤기 때문이다.

33세에 결혼한 그의 부인 나탈리아는 미모가 빼어났지만 경박하고 사치스러운 여인이었는데도 그랬다고 한다.

심지어 아내의 사치스러운 장신구를 마련하기 위해 글을 썼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그러나 결국 부인이 한 근위장교와 놀아난다는 풍문에 휩싸이자 사랑과 명예를 찾으려고 근위장교와 결투를 하다 입은 상처로 짧은 생애를 마치기까지 한 그였다.

▲영국 왕 에드워드 8세의 미국 평민 출신 이혼녀인 윌리스 심프슨 부인과의 사랑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사랑을 위해 왕관까지 버렸다고 해서 '세기적 사랑'으로 불리기도 했다.

심프슨 부인이 '친 나치' 성향의 고급 비밀정보원이었으며, 계획적으로 그를 유혹한 '희대의 사기극'이었다는 설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지난해 윈저 공의 장례식 이후 지순한 사랑의 상징으로 '심프슨 블루'가 다시 세계적인 유행을 낳기도 했다.

▲네덜란드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요한 프리소 왕자(35)가 사랑을 위해 그 계승권을 버린다는 소문이 들린다.

사랑하는 여인 마벨 비세 스미트(35)와의 결혼 강행을 위해 그가 최근 총리에게 의회의 결혼 승인을 요청하지 않겠다는 서한을 보내 사실상 왕위 포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법률은 왕가의 자손이 왕위를 계승하려면 결혼에 앞서 정부와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정하고 있다.

▲프리소 왕자는 지난 6월 인권운동가인 스미트와 약혼, 내년 4월 결혼할 예정이나 발케넨데 총리가 이들의 결혼에 대한 의회 승인 요청 거부 입장을 고수하자 결국 '사랑'을 택한 셈이다.

문제의 발단은 스미트가 1991년 살해된 갱단 두목 브루인스마와 깊은 관계였다는 '마벨 게이트' 파문 때문이다.

이 파문으로 스미트는 20대 시절 알고 지내다 그의 정체를 안 뒤 헤어졌다고 밝혔으며, 프리소 왕자도 이들의 연인 관계를 부인하는 입장이라 한다.

▲에드워드 8세는 자의든 타의든 왕관을 버리고 사랑을 택했다

보통 사람들마저 아직 '로맨스'냐 '스캔들'이냐를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영국이 아닌 프랑스 파리에서 국왕이 아닌 윈저 공으로 눈을 감은 에드워드 8세는 황태자 시절 인기를 한 몸에 받았지만 시대를 바꿀 수는 없었다.

많은 의혹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심프슨은 두 사람의 사랑이 변치 않았다는 사실을 상복 위에 걸친 '심프슨 블루' 숄로 말해 주기도 했다.

프리소 왕자의 사랑 이야기도 '금지된 사랑은 더욱 아름답다'는 생각을 새삼 해보게 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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