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수성특별구' 프리미엄

"여긴 수성구잖아요!"

지난 11일쯤 대구 수성구 모 아파트 인근의 부동산중개업소 사무실. 같은 평수의 아파트값이 신천의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1천만~2천만원이나 차이 나는 이유가 뭐냐는 한 30대 부부의 질문에 업소 관계자는 "수성구니까"라며 간단히 답했다.

그는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지만 '수성구니까' 집값이 올랐으면 올랐지 내릴 일은 없다며 조언도 잊지 않았다.

부부 역시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수성구니까…'.

'수성 특별구' 시리즈를 취재하는 동안 느낀 사실은 대구 수성구가 정말 '특별'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몇달새 평당 1천만원을 넘어버린 신축 아파트 분양가도, 연말이면 러시를 이루는 수성학군 위장전입도, 고교생 개인 과외비가 한달 수백만원이 되어도 이제 '수성구니까' 너무나 당연해지고 있었다.

문제는 이처럼 '너무도 당연한' 사실 앞에서 비 수성구 주민들의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만난 한 40대의 대구 동구 주민은 "정말 이대로 가면 대구는 수성 특별구와 보통구로 나눠질 것이다.

정말 눈돌리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는데 수성구만 바라보면 허탈해진다.

지방분권과 균등발전을 외칠게 아니라 지역내 갈등 요소인 교육 불평등과 주거환경부터 개선해야 하지 않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렇다고 수성 특별구가 보통구로 '강등'되리란 예상을 하는 이는 쉽게 만나지 못했다.

"서울시가 목을 조른다고 강남이 죽겠습니까?" 수성구에 살고 있다는 한 40대 초반의 공무원은 당국이 수성구 과열현상을 잡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우회적으로 응수했다.

그는 몇년 전 전국적으로 불어닥친 러브호텔 건립반대 운동의 시발점이 바로 수성구 황금동이었다는 점과 대구시 구.군간 구역 조정 계획이 무산된 것도 수성구민들의 반대 때문이었다는 점도 상기시켜줬다.

최병고(사회1부)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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