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볼리비아 반정부시위 확대...63명 사망

(멕시코시티=연합뉴스) 볼리비아 농민, 노동자의 반(反)정부 시위가 15일에도

계속돼 수도 라파스는 물론 전국 주요 도시에서 광범위한 시위가 벌어졌고 광부들

과 코카 재배 농민들도 합세하는 등 시위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날로 나흘째 계엄령이 발효한 가운데 라파스를 비롯해 전국에 배치된 군병력

과 시위대 간 충돌로 사상자가 속출해 현재 사망자가 63명으로 늘어났다고 현지언론

은 전했다.

특히 다이너마이트를 소지한 광부 1천여명이 이날 라파스를 향해 가두행진 시위

를 벌이는 중 라파스 서쪽 120여㎞ 지점 파타카마야 시(市)에서 군병력과 충돌해 광

부 2명이 사망하고, 다른 시위자 6명이 부상했다고 가톨릭 교회 관계자들이 밝혔다.

군인들이 광부들의 행진을 막기 위해 최루탄을 쏘며 강제 진압에 나서자 광부들은

다이너마이트를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라파스는 수주째 이어진 연료, 생필품 공급 중단에 시위자들이 시내 곳곳에서

도로를 파헤치고 보도 블록과 돌멩이로 도로 한 중간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함에 따라

차량 이동이 불가능해지면서 '유령 도시'를 방불케 했다. 라파스의 학교, 상점, 은

행, 기업체 등이 며칠째 문을 닫은 가운데 도시 기능이 완전히 마비상태에 빠졌다.

또한 라파스로 통하는 주요 도로가 시위자들에게 점거돼 심지어 라파스 국제공

항에 도착한 외국 기자들은 라파스 시내로 가기 위해 차량편을 포기하고 90분 넘게

걸려 자전거를 타고 가야하는 형편이다.

이와 함께 라파스 북부 로스 융가스 코카 재배 산악지역에 사는 농민 1천여명은

이날 반정부 시위에 합류하겠다며 라파스 시내로 내려왔다. 이날 시위는 라파스 외

에도 서부 오루로시(市), 남부 수크레시(市) 등 전국 주요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벌

어졌다. 수천명의 농민들은 과거 식민지 도시였던 수크레로 통하는 주요 4개 고속도

로를 완전 봉쇄했다.

곤살로 산체스 데 로사다 대통령 정부가 미국의 지원을 받아 코카 재배지를 없

애는 캠페인을 강력히 전개했던 남동부 지역 코차밤바에서도 수천명이 시내 중앙광

장에 집결해 정부의 마약근절 정책에 항의하며 산체스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시위자들은 "볼리비아 만세"를 외치면서 무기한 파업을 결의했다.

현재 의회도 문을 열지 못하고 있으며, 라파스 국제공항 항공편 운항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관광객들의 발길이 묶인 상태다. 영국에 이어 미국 정부는 이날 자국

민에게 라파스인근 지역으로 여행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볼리비아의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면서 군병력과의 충돌로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

자 국제사회도 사태 추이를 주시하면서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볼리비아 사태와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정부와 야권은 이 위험한 상황에서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멕시코 일

간 엘 우니베르살이 이날 보도했다.

요한 바오르 2세 교황도 볼리비아인들이 대화를 통해 정당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파라과이, 콜롬비아, 베네수

엘라, 콜롬비아 등 남미국들은 각기 성명을 내고 법을 통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대화

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된 이번 반정부 시위는 국민 대다수가 가난에 시달리는 삶

이 계속되자 원주민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이 고조한 상황에서

산체스 대통령이 미국과 멕시코로 천연가스를 수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촉발됐

다.

광산업계의 백만장자 기업인 출신으로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산체스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다음으로 남미에서 매장량이 많은 천연가스를 외국에 수출하면 연간 15

억달러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노조 지도자들과 가난한 원주

민들은 국영기업의 과거 매각 사례처럼 이번에도 경제적 혜택은 자신들에게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반대한다.

지난해 8월 집권한 산체스 대통령이 미국 지원하에 마약근절책을 강행함으로써

코카 재배를 주로하는 원주민들의 반감을 산 것도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됐다. 올해 7

3세인 산체스 대통령은 지난 93∼97년에도 대통령을 지냈으며, 미국 정부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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