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지역에서 학교 급식용 쇠고기의 불량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학교에선 학부모들이 집단 반발하고, 다른 학교에선 교사들이 쇠고기의 별도 구매를 요구할 정도다.
학생들도 쇠고기 요리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급식을 꺼려 통째로 가축사료로 폐기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최저가 입찰'과 '구매 따로, 조리 따로'라는 현 급식제도로는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학교 관계자들과 급식업자들의 유착 의혹도 꼬리를 물고 있다.
▨ 학생들 -고기에 냄새가 나서 못먹는다.
최근 안동 모 초교 학부모 20여명은 불량 고기 때문에 학교측에 강력히 항의했다.
점심메뉴로 학생들에게 제공된 쇠고기국에서 심한 냄새가 나고, 씹히지 않을 만큼 질긴 고기가 쓰인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 학교운영위를 통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쇠고기 납품업자 교체와 불량 고기 납품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 등을 요구했다.
교사들조차 "교사용 쇠고기를 별도로 구입해 달라"고 요구했다.
안동시내 다른 초교의 경우 쇠고기국이 나오는 날이면 음식찌꺼기가 평소보다 훨씬 많이 나온다.
학생들이 냄새나는 쇠고기국에 손도 대지 않기 때문. 영양사 남모(28.여)씨는 "납품업자에게 수차례 불량 의혹을 제기했지만 계약에 따른 정상적인 고기라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이밖에 ㅂ.ㅇ.ㅅ초교와 ㅇ중학교, ㅇ고교 등 안동지역 대부분 학교에서 급식용 쇠고기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 업자들 -입찰가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
한 납품업자는 "현 최저가 입찰방식으로는 정상 고기 납품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 안동 모 고교의 급식용 육류 입찰 결과, 한달간 납품될 돼지고기 정육(상품) 1천100kg과 쇠고기(한우 3등급) 133kg, 돼지갈비 150kg 등이 430여만원에 낙찰됐다.
시중가 840여만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축산업자들은 "자선사업가가 아닌 이상 손해 볼 장사를 하겠느냐"며 기준과 등급을 무시한 불량 및 변질고기 납품의 불가피성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안동에는 고령.경산 등지 도축장에서 등급판정이 보류된(입찰참가 부적격) 한우를 몇 차례 유찰 끝에 저가로 구매한 뒤 냉동 저장해 급식용으로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장기간 냉동과 해동이 반복되고, 결국 육질이 상하거나 냄새나는 불량고기로 변한다는 것.
축산업자 홍모(57)씨는 "과거 부식.채소 등을 일괄 입찰할 때는 고기에서 본 적자를 다른 품목에서 메웠다"며 "육류만큼은 새로운 구매방식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현 제도로는 변질된 쇠고기뿐 아니라 수입고기나 젖소(비육우) 등을 섞어 납품할 수밖에 없다는 것.
▨ 학부모들 -농.축협 계통구매나 수의계약 절실하다.
축산업자 권모(47)씨는 "입찰시 시중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최저가 낙찰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며 "농.축협 계통구매로 검증된 고기를 공급받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영양지역 학교들은 급식용 쇠고기를 농협 계통구매로 공급받아 불량시비가 사라지고 급식에 대한 신뢰를 얻고 있다.
아울러 농협도 학교 급식용 고기에 대해 별도로 도축을 의뢰하고, 필요할 경우 학부모 참관도 가능케하는 등 정육업계에서는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안동 모 여고도 쇠고기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자 최근 수의계약 방식을 도입해 불량고기 납품시비를 없앴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 학교는 최저입찰제를 고집한다.
때문에 업자와 학교 관계자와의 유착 의혹도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쇠고기 대신 닭고기 등으로 바꿔줄 것을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며 "교사들도 안 먹는 고기를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저의가 궁금하다"고 했다.
안동 YMCA 관계자는 "업자가 제시한 등급판정서만 믿을 것이 아니라 학부모가 나서 실태를 파악하고, 전문기관에 품질평가를 의뢰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경구.엄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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