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경옥입니다-사과

' 능금꽃 피고지는 내 고향 땅은/ 팔공산 바라보는 해뜨는 거리/ 그대와 나 여기서 꿈을 꾸었네/ 아름답고 정다운 꿈을 꾸었네~ ' . 지난 70년대초 가수 패티김이 불렀던 대구 주제의 이 노래는 상업적으로 히트하지는 못했지만 경쾌한 멜로디와 정겨운 가사가 어울린 아름다운 노래였다.

그때만 해도 시내 동촌이나 경산 등 근교에서는 사과밭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4월이면 하얀 사과꽃이 구름처럼 피어났고 꿀벌들은 왼종일 잉잉거리며 꿀을 땄다.

탱자울타리의 과수원 사잇길은 한적해서 데이트길로도 사랑받았다.

사과의 종류도 다양했다.

초여름의 상큼한 이와이, 와삭 깨물면 새큼달큼한 즙이 입안을 가득 채우던 홍옥, 껍질은 두꺼워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던 국광, 연둣빛의 달콤한 인도, 향기롭던 골덴…. 기차 여행객들은 차창밖 드넓은 사과밭들과 가지가 휘어지게 매달린 사과들을 신기해 했다.

대구는 사과의 도시, 미인의 도시였다.

하지만 지금 대구에서 사과밭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도시화와 이농, 부동산 바람에 휩쓸려 사과나무들은 도끼에 찍혀 불 속으로 던져진지 오래다.

그런데도 외지인들은 여전히 '대구'하면 '사과'를 떠올린다.

며칠 전의 애플데이(10월24일)는 슬며시 내민 한 알의 사과를 통해 서로간 오해를 풀고 화해하자는 뜻을 담은 날이었다.

크고 작은 반목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우리 사회를 향한 위트넘치는 치료법이 아닐까 싶다.

그리스 신화 속의 아름다운 공주 아트란타는 달리기 경주에서 자기를 앞지르는 남자와는 결혼하겠지만 뒤처지는 남자는 죽이겠다고 공언했다.

도전자 메일라니온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준 황금사과 세 개를 위기때마다 하나씩 떨어뜨려 결국 사랑을 얻는데 성공했다.

사과가 두 사람을 맺게했다 하여 이후 사과는 사랑의 상징이 됐다.

지난 여름의 유난했던 비와 부족한 일조량, 태풍 '매미'의 일격으로 올 가을들판은 전에 없이 가난해 보인다.

농심이야 얼마나 피멍들었을까. 그래도 과수원의 볼 붉힌 사과를 보니 그 고초들을 잘 이겨냈구나 싶어 대견스럽다.

'어둠을 탓하기 보다 작은 촛불 하나를 켜는게 낫다'고 했다.

사과의 계절에 사과처럼 '화해의 마음', '사랑의 마음'을 닮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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