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생님 생각엔...

〈시〉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뽑을 만한 시가 별로 없었습니다.

억지로 그럴 듯하게 말 끼어 맞추기를 한 시들이 많았습니다.

시는 책상 앞에 오래 앉아서 이리궁리 저리궁리 하여 꾸며 쓰는 글이 아닙니다.

어느 순간에 '아하!' 하고 다가오는 느낌을 감정에 충실하게 토해 내듯이 쓰면 됩니다.

영훈이는 어느 날 아침에 날아든 고추잠자리를 보고 그 아름다운 빛깔에 끌려 이 시를 썼습니다.

영훈이 마음도 고추잠자리를 닮아 빨갛게 물들었다고 했군요. 또 마음속에 자리한 고추잠자리가 희망이 되고 소원이 되어 과학자의 꿈을 키워주고 있다고 했고요. 고추잠자리를 보고 정말 이런 생각들을 했다면 다행이겠습니다.

고추잠자리가 어디에 날아들었는지도 밝혔으면 좋았겠네요.

상준이는 친구 봉주가 이사를 가서 마음이 많이 아팠던 모양이네요. 짧은 글 속에 상준이의 마음이 아주 잘 나타나 있습니다.

'진짜 친구는 가슴이 아픈 거구나' 상준이가 이 시에서 꼭 하고 싶은 말이고 그 때의 느낌을 아주 정직하게 나타낸 말입니다.

만들어 낸 말이 아니고 생활에서 우러나온 말입니다.

그래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산문〉

좋은 글을 읽는 기쁨은 글이나 말로 다 나타낼 수 없습니다.

이 글이 너무 좋아서 교무실에서도 아이처럼 마구 자랑을 늘어놓았습니다.

이 일기가 왜 그처럼 좋은 글인가 한 번 살펴볼까요. 날씨부터 보세요. 흔히 날씨를 맑음, 흐림, 비, 갬, 눈, 이렇게 달랑 한 낱말로만 쓰기 쉬운데 나영이는 문장으로 아주 자세히 썼습니다.

사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변하는 날씨를 낱말 하나로 나타낼 수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배워야할 날씨 쓰기 방법입니다.

'얼굴에서도 눈물이 나고 가슴에서도 눈물이 났다.

' 현장 학습을 못 가게 될까봐 걱정하는 마음을 어찌 이렇게도 잘 나타낼 수 있을까요? 비가 와서 공부할 준비와 현장 학습 준비를 다 챙겨가야만 했던 나영이의 걱정하는 마음이 아주 잘 나타나있는 일기입니다.

칭찬할 게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은 글자를 잘 몰라도 상관하지 않고 쓰고 싶은 글을 다 당당하게 써 나가는 나영이의 글쓰기 태도입니다.

글자는 차츰 익혀가면 됩니다.

잘 모르는 글자 한 자에 매달려서 쩔쩔매다 보면 정작 쓰고 싶은 글을 못쓰게 되거든요. 윤태규(동화작가.동성초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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