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파치노(63). 이 시대 최고의 배우입니다.
그가 뿜어내는 연기의 카리스마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냉정한 표정, 쇳소리 나는 목소리, 언뜻 보여주는 눈빛은 '광기 어린 연기' 그 자체입니다.
그러나 단점은 키입니다.
168㎝. 대부분 190㎝ 이상인 헐리우드 연기자들 속에 서면 그는 난장이처럼 보입니다.
이런 단점 때문에 그의 성공은 더욱 빛을 발하기도 합니다.
불후의 대표작이 바로 '대부'(1972)입니다.
32살의 젊은 그가 맡은 역은 마피아 조직 꼴레오네파의 두목 마이클이죠.
희한하게도 영화 전편에 걸쳐 그의 전신을 보여주는 풀숏(전신 촬영)이 전혀 없습니다.
그가 서면 나머지 인물들은 모두 앉아 있고, 심복들이 주위에 서면 그는 언제나 소파에 앉아 있습니다.
그가 걸어갈 때도 보통 '조폭영화'가 그렇듯 도열한 '깍두기 머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카메라는 언제나 밑에서 위로 비추거나, 혼자 있는 모습을 찍죠. 이유는 마피아 두목으로서의 카리스마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왜소한 모습으로는 두목으로서의 '체면'이 서지 않는다고 할까요.
그러나 단 한 장면 풀숏이 나옵니다.
바로 아내(다이안 키튼)의 뺨을 때리는 장면에서입니다.
아내는 깡패의 자식을 낳지 않겠다며 낙태를 해버립니다.
이 소리를 들은 알 파치노가 격분해 아내를 후려칩니다.
냉정하지만 감성이 있던 남편에서 폭력남편으로 변하는 순간이죠. 소파에 쓰러진 아내를 내려다볼 때 감독은 알 파치노의 전신을 비춥니다.
알 파치노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 없고 아내를 때린 남편이 서 있습니다.
그 순간 관객은 감독의 의도를 알아챕니다.
왜소한 알 파치노의 전신을 보여줌으로써 뉴욕 뒷골목을 휘어잡는 '어둠의 황제'가 아닌, 아내를 때린 나약한 한 남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죠. 짧지만,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대부'는 미국 마피아 조직의 어두운 이면을 통해 미국 이민사, 소수민족의 애환, 가족애, 인간미 등을 실팍하게 그려낸 이 시대 최고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대작 속에 담긴 한 장면, 무심히 지날 수 있는 이 한 컷에 담긴 감독의 생각을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김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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