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3일)가 혼인 길일(吉日)이라 예식장마다 세칭 '돗떼기시장'마냥 북적거렸다.
서너군데 예식장을 눈썹이 휘날리도록 뛰어다니다보니 점심마저 걸렀다는 하객들도 적잖은 듯하다.
어제의 가치관이 오늘은 구석기시대 가치관이 될 만큼 가치관의 전복(顚覆)이 다반사가 됐지만 길일에 결혼식이 몰리는 걸 보면 '혼인'이 여전히 인생 대사(大事)인 만큼은 분명한 모양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바로 어제, '이혼 숙려(熟廬)기간 방안 추진'이라는 퍽 낯선 뉴스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부부가 이혼에 합의해도 3~6개월간 정식 이혼을 유예하고 냉각기를 가짐으로써 '충동 이혼'을 막아보자는 내용이다.
하루 840쌍 결혼에 398쌍이 헤어질 만큼 이혼이 범람하다보니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연예계 출신 두 유명 여성의 이혼이 요즘 저잣거리의 최대 화제다.
가수출신 배인순씨의 자서전은 재벌과 연예인간의 질펀한 사생활 폭로로 100만부라는 초베스트셀러까지 내다볼 정도라 하고, 재벌가 며느리였던 탤런트 출신 고현정씨의 경우 이혼소식이 터지기 무섭게 연예가 복귀설이 나돈다.
사는 물이 다른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이야 우리에겐 지구와 달만큼 멀게 느껴지지만 이참에 이런 상상을 해본다.
펑! 하며 나타난 산신령이 "좀 가난하지만 사랑으로 맺어지는 결혼과 언제 깨어질지는 모르지만 엄청난 부가 있는 결혼 중 어느 것을 택하겠느뇨" 하고 묻는다면? 모르긴해도 적잖은 사람들이 선택에 고심할 것 같다
지금의 60, 70대만 해도 입으로는 "아이구, 저 웬쑤…" 하면서도 맛있는 것, 좋은 것 있으면 남편을, 아내를 먼저 챙긴다.
세월 속에 더께더께 쌓인 미운 정 고운 정이 질긴 동아줄처럼 서로를 엮어주기 때문이다.
지구촌을 들썩이게 했던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섹스스캔들과 그로 인한 고통을 자서전에 담은 힐러리 상원의원이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 인상적이다.
"…삶은 힘들고 고달픈 것입니다.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우린 함께 늙어가고 싶어해요. 그게 우리 부부의 목표지요".
이른바 '돌총돌처'(이혼으로 되돌아온 총각과 처녀란 의미)가 급증하는 이 세태에서 한 번쯤 곱씹어 볼 말이다.
전경옥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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