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꽃보다 아름다운 청년' 생면부지 이웃에 신장 기증

"건강한 몸이 있기에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건강한 몸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지난 13일 뇌사판정을 받은 권민기(8) 어린이가 뇌사판정 후 장기기증(본지 13일자 보도)을 하고 숨진데 이어 한 대학생이 얼굴도 모르는 이웃에게 신장을 기증, 대구에서 '사랑의 장기 기증 릴레이'가 펼쳐지고 있다.

가족이나 친인척이 아닌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생체 장기 이식이 이뤄진 것은 극히 드문 일.

윤재경(24.대구시 동구 불로동.경북과학대 작업치료학과 1년)씨는 27일 오전 경북대병원에서 자신의 신장을 떼어내는 6시간 동안의 수술을 받았다.

수술후 병실에서 만난 윤씨는 기침과 통증으로 힘들어 하면서도 밝은 표정이었다.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저를 통해 이웃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다면 못할 것도 없죠".

윤씨가 병원에 스스로 전화를 걸어 장기기증 의사를 밝힌 것은 이달 초. 병원 장기이식코디네이터 송영미씨는 "특별한 대가도 없는데 장기기증을 하려는 동기가 무엇이냐며 몇차례나 묻고, 젊은 기분에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말리기까지 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씨의 뜻은 확고했다.

오히려 "대가를 바라며 장기기증을 하는 경우도 있느냐"고 의아해 했다는 것.

그러나 그의 선행은 생활의 여유로움에서 우러난 게 아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뒤늦게 대학에 간 윤씨는 이웃에 홀로사는 할머니를 찾아가 말벗이 되어주고 자질구레한 집안 일도 거들었다.

또 집안 형편이 나빠져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마련해야하지만 편의점, 식당 등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면서도 힘든 내색 한 번 지어본적 없었다.

윤씨는 이렇게 힘들게 일하면서 우연히 신부전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신장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동의를 받기 위해 가족을 설득했다

멀쩡한 장기를 떼어내 다른 사람에게 주겠다는 윤씨의 말에 가족은 놀라고 반대했지만 그의 결정을 뒤집진 못했다.

어머니 박경자(49)씨는 "물질로는 도움을 줄 수 없으니 건강한 신체의 일부라도 이웃에 나눠주면 좋지않겠느냐는 아들의 설득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윤씨 몸에서 떼어낸 신장은 이날 같은 병원의 20대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소중한 선물'로 자리잡았다.

다음주 월요일쯤 퇴원할 예정인 그는 자신보다 기증받은 환자의 쾌유를 먼저 걱정하는 '꽃보다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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