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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용물 이름짓는 여행가이드 김형규(46)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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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벌대로, 상인네거리, 매천대교, 안지랑길, 학산공원. 대구 지리에 밝은 사람들은 그 이름만 듣고도 위치를 알 만한 대구시내 공공용물의 이름이다. 위에 나열된 공공용물은 만들어진 시기가 모두 틀리고 위치와 용도 또한 서로 다르다.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전부 대구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정도이겠지만 하나의 확실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현재의 명칭을 제안한 사람이 모두 같다는 것이다.

위의 공공용물 이름을 대구시에 제안한 사람은 김형규(대구시 북구 태전동·46)씨. 한 여행사에 소속된 여행 가이드로 활동하면서 조그마한 민요학원(한국민요연구원·대구시 중구 동인동)을 운영하고 있다.

고교졸업 후 잠시 섬유회사에서 일한 것을 제외하고는 계속 여행업에 종사하고 있는 그는 공공용물 이름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 1999년엔 달구벌대로를 포함한 34개의 이름을 지어 제안한 바 있고, 2001년에는 무려 90개에 달하는 명칭을 지어 행정당국에 제출하기도 했다.

"여행업에 종사하다 보니 아무리 작은 공공용물이라도 그 이름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작은 길 하나, 네거리 하나도 충분히 관광자원이 될 수 있거든요. 공공용물 명칭을 놓고 행정당국에서 선정한 전문가들과 설전도 많이 벌였어요".

지금까지 자신의 제안으로 개명하거나 이름이 붙여진 공공용물이 50개가 넘는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대구 지도를 펴든다. 그러다 보니 대구 시내 웬만한 곳은 남에게 길을 묻지 않고 찾아갈 수 있고, 주요 간선도로와 지선도로의 위치와 폭, 길이 등도 환하게 꿰고 있다. 대구 지하철 1호선의 역간 거리는 물론 아직 개통되지 않는 대구지하철 2호선 역 이름까지도 모두 외울 정도다.

그는 도로나 공원 등 새로운 지역개발계획이 언론에 발표되면 꼭 현장을 다녀오고 해당 지역 관련 자료를 수집한다. 가장 적합한 이름이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서다.

현재 달서구에 속해 있는 성서가 분구될 경우를 대비해 '와룡구'라는 구명을 지어놓고 있는 그의 유별남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아직까지 승용차 없이 대중교통 이용을 고집하는 그는 자신이 판단해 잘못됐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지나치는 법이 없단다. 길가다 인도에 세워진 차를 맞닥뜨리면 끝까지 옮겨줄 것을 요구하고, 버스 경유지 안내판이 잘못돼 있어도 관할 당국에 수정을 요구한다. 부실공사가 눈에 띄면 공무원을 불러 추궁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대구시청 대중교통과와 대구 중구청 건설과 직원들은 대부분 저라면 고개를 흔들 것"이라는 김씨는 "제게 직접 남는 것은 없지만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살 것"이라며 소리를 연습하면서 치는 장구 옆에 놓여져 있는 대구 지도를 폈다.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사진: 여행가이드로 활동하면서 우리 소리 공부를 하고 있는 김형규씨는 아무리 작은 공공용물이라도 지역 특성에 가장 적합한 이름을 붙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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