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활동은 내 인생에서의 또 하나의 도전이었습니다". 일본청년볼룬티어협회에서 매년 주관하는 '볼룬티어 365일'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일본대학생의 소감을 통해, 우리는 현대사회 자원봉사활동이 가지는 개인적, 사회적 의의를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지역에도 2002월드컵 축구대회, 대구지하철사고, 태풍매미, 2003하계U대회…. 이와 같은 국제적 스포츠행사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끌고, 대형 재난재해에 보다 슬기롭게 대처해내는 데에는 시민자원봉사자의 참여노력들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2002년 한국갤럽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시민자원봉사참여율은 16.3%로써 90년대 후반의 약 5%미만의 참여율에 비하면 10%이상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그 참여분야 역시 기존의 사회복지영역에 대한 직접서비스제공으로부터 환경, 스포츠, 문화영역까지 점차 다양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대구시민의 확산된 자원봉사 참여의지, 성숙한 시민의식 등은 어느 날 우연히, 혹은 저절로 일어난 것은 절대 아니다.
이미 80년대 중반부터 사회복지 등 민간영역을 중심으로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던 볼룬터리즘의 이념에 대한 확신과 이를 정착시켜나가기 위한 민간단체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밑받침이 됐다.
그리고 타 도시가 부러워할 정도의 사회복지에 대한 적극적인 행정의 지원, 그리고 풍부한 사회복지 전문인력 및 복지인프라 등 우리 대구만이 가지고 있던 장점이 열쇠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시민 자원봉사 참여열기 및 그 활약상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자원봉사활동을 실천하고 생활화는데에는 많은 과제와 문제점들이 남아있다
첫째, 무엇보다도 자원봉사 활동이 가지는 민간성의 원칙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예산절감을 위한 수단으로나 사회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역사회에 떠맡기려하는 안이한 행정적 발상으로 자원봉사자의 땀과 노력이 활용되어져서는 곤란하다.
둘째, 자원봉사에 대한 인정, 보상, 보장체계의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자원봉사활동이 시민참여운동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자원봉사자들의 노력과 그 가치를 사회구성원 전체가 인정해주고, 자원봉사의 의미를 폭넓게 이해하며, 이것을 공동체적 가치로 승화시킬 수 있는 사회전반의 인식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내 자원봉사 활동을 육성, 촉진할 수 있는 지원체계의 마련 및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
앞서 제기한 자원봉사의 민간성을 견지하고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 보장체계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행정 및 지원체계의 정비가 필수적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원봉사 및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조세감면 혜택, 자원봉사 활동진흥을 위한 법안의 제정, 그리고 전문 자원봉사 관리인력의 체계적인 양성 등이 앞으로 우리사회의 자원봉사 활동이 보다 성숙되고 풍요로워지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할 선결과제일 것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기대하고 희망하는 시민 자원봉사의 모습은 공공시설물을 이용하거나 질서를 지킬 때 나보다는 남을 우선 배려하는 작은 관심, 자신의 소득 중 적어도 1%는 이웃을 위해 배려할 수 있는 기부문화의 확산 등이다.
이밖에도 장애인, 어르신 등 복지대상자도 일반인들과 차이가 없는 동등한 인격체라는 의식의 변화 등, 생활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시민들의 소박하고 자발적인 실천의 과정들이라 할 수 있다.
UN이 21세기가 시작되는 첫해를 세계자원봉사자의 해로 정하면서 자원봉사활동이 가지는 새 천년의 비전을 제시하고 세계 시민 자원봉사자를 격려한 것은 시민들이 지역공동체의 주인이자 주체이어야 한다는 복지사회의 이념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2003년 한해를 보내면서 느낀 것은 어느 지역사회보다 대구는 활발한 시민들의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참여의지, 행정의 적극적인 지원의지뿐만 아니라 대구자원봉사포럼 등 자원봉사의 전문적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전문가단체 및 비영리민간단체들의 역량들은 우리 지역사회를 자원봉사의 도시로 만들 수 있는 충분한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쪼록 이러한 시민 자원봉사의 참여를 높일 수 있는 토대와 자원봉사 활동의 생활화를 충분한 밑거름으로 하여 우리사회가 보다 성숙하고 보다 행복한 시민사회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정연욱(대구시 종합자원봉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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