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3개 국어를 할 줄 알아야 대접받는다'라는 말이 있다.
10대와 40대, 그 윗세대의 언어들을 다 알아들어야 3개 국어를 하는 현대인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젠 부모와 자식, 상사와 그 밑의 직원, 교사와 학생 사이에도 같은 우리말을 쓰고 있지만 서로 뜻이 통하지 않거나 생소한 단어들이 너무나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같은 세대끼리는 당연히 통하는 단어가 다른 세대에게는 외국어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세대간의 언어 분화 현상은 현대에 국한된 일은 아니나 인터넷 통신이라는 새로운 환경이 언어 유희 문화를 확산시켰고, 그 이질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 같은 언어 단절 현상은 인터넷이 만들어낸 '요상한 말'이 아니더라도 일상어까지 변화의 급물살을 타게 하고 있다.
이제 언어가 뜻을 전달하는 '사회적 약속'의 차원을 넘어서서 다양한 방식으로 변용, '가지고 노는 유희'의 수단이 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더구나 요즘 신조어들은 그 말이 생긴 맥락을 모르면 뜻을 알기 어려울 뿐 아니라 '외계어'로 보이기까지 한다.
▲인터넷으로 인한 신세대들의 언어 변화는 차치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신조어는 매스컴등에 의해서도 양산되고 있다.
특히 경기 침체와 취업난이 극심해지면서는 명예퇴직을 가리키는 '명태'에다 어느 날 갑자기 황당하게 직장에서 쫓겨난 경우를 일컫는 '황태'가 등장했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그 뜻이 널리 통용될 정도인 '오륙도' '사오정' '삼팔선' '이태백'까지 가세해 회자되고 있는 판이다.
▲우리나라에서 신조어가 쏟아지듯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라 한다.
미국 기업들 사이에는 '실적 하락은 당신 때문'이라고 상대방 헐뜯기에만 시간을 허비하는 회의를 일컫는 'blamestorming'이란 기존 신조어가 유행이라 한다.
우리말의 '얼큰이'에 해당하는'Wooka'를 비롯 '한 사람(one)에게만 좋은(wonderful) 일'이란 'onederful' 등의 신세대 조어, 유전자(gene)와 귀족(aristocracy)의 합성어인 'genetocracy' 등 미래를 위한 조어도 유행인 모양이다.
▲언어는 바뀌게 마련이다.
같은 말이라도 시대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건 언어가 늘 변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태와 현상을 표현하는 게 신조어들이기도 하다.
그런 시각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요즘의 신조어들이 우리말의 어휘를 오히려 확충시켜 준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정도가 문제이지 않을까. 인간은 언어를 만들었고, 언어는 문명을 만들었다.
언어는 훌륭한 소통 수단이자 지식의 보존 수단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작금의 언어 파괴와 소통 단절 현상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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