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지구촌 공공의 적?

우주 기술의 발달로 20세기 들어 인류는 대기권 바깥에서 지구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는 '하나의 세계'다.

과학기술과 통신.교통 수단의 발달은 인류를 운명 공동체로 만들었다.

가수 존 레넌은 '이매진'(imagine)이라는 노래에서 '나라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자'고 했다.

국경없는 지구 공동체를 꿈꾼다는 점에서 존 레넌은 호주 출신의 세계적인 석학 피터 싱어와 닮았다.

피터 싱어는 저서 '세계화의 윤리'(원제 One World.김희정 옮김)를 통해 지금까지 중시됐던 민족국가 중심적 시각이 쓸모가 없어졌다고 단언한다.

민족국가 중심적 시각은 세계 질서를 힘의 논리에 따라 비윤리적으로 재편하는 결과만 낳는다는 것이다

민족국가 중심적 시각은 인류 공동의 이익에 반할 뿐더러 인류를 멸망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며 피터 싱어는 이를 대체하는 새 패러다임으로 '전 지구 공동체적 윤리'를 제안했다.

강대국의 전횡을 막기 위한 국제기구의 강화와 노동자.환경.동물 권리 보호 등에 대한 전 지구적 기준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그는 제시했다.

그러나 지구 공동체를 만드는데 커다란 장애물이 있다는 것이 피터 싱어의 시각이다.

다름 아닌 미국이다.

미국이 제 역할을 하는데 거듭 실패함으로써 지구공동체를 만들려는 국제적인 노력에 걸림돌이 됐다고 그는 비판의 날을 세운다.

세계 환경을 오염시키는 최대 단일 국가이면서도 미국은 교토 의정서를 받아들이길 거부했다.

미국은 대량학살과 인도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기소하기 위한 국제형사재판소의 설립에도 반대했으며, GNP 대비해 다른 어떤 선진국보다도 해외 원조를 월등히 적게 하고 있다.

또한 미국이 지난해 3월 이라크와의 전쟁에 돌입하면서 UN의 권위는 회복하는데 몇십년이 걸릴만한 타격을 입었다.

미국은 자국민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깡패 초강대국'으로 간주되는 상황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피터 싱어는 경고했다.

물론 세계 연방주의를 만드는 것이 너무 모험적이라는 지적에 저자도 동의한다.

그러나 특정 국가가 자국의 이익 때문에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요즘, 국경의 중요성을 약화시키고 전 지구적인 통치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서는 실용적인 접근방식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그는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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