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마당-노부모 봉양기피 유감

경찰관으로 32년 재직, 퇴임 후 수사 민원 상담관으로 1년여 근무하면서 우리 사회의 현주소에 대해 몇 마디 하고자 한다.

얼마전 북부경찰서 민원실을 찾은 50대 여인의 딱한 사연이다.

치매에 걸린 80 노모를 어느 형제도 생활비와 수발비를 내어 놓지 않고 외면해 버리고 있어 혼자 봉양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사정과 자기를 키워준 은혜를 외면할 수 없는 사정 사이에서 고심하여 오던 중, 남편도 병이 들어 이제는 도저히 혼자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는 너무나 딱하고 절박한 사연이었다.

노부모 봉양은 자식이라면 아들 딸 구분없이 당연히 같이 능력껏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법적으로도 그렇고 인륜 도의적으로도 당연한 것인데도 그것을 회피해 버리는 몰염치한 행동과 자기만 편하려는 비양심적인 모습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미물인 까마귀도 자기를 키워준 은혜를 알아서 새끼가 나중에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어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데 부모의 은혜를 모르는 사람은 짐승보다도 못하다.

자기의 자식과 가족은 생각하면서 부모의 생계비는 외면해 버리는 세태. 이제 며칠 뒤면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날이다.

미물인 까마귀의 교훈을 본받아 노부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만조(대구 북부경찰서 민원상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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