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원 이광수는 '농부와 뱃사공이 무서워하는 것은 검은빛 먹구름이며 백의민족인 조선(한국) 사람들은 검은옷을 두려워 했다'고 했다.
반대로 중국의 하(夏)나라 임금은 검은색을 숭상하여 군사들은 검정색말을 타게 하고 종묘(宗廟)제사에는 검은소를 잡아 제를 올렸다.
그뒤 은(殷)나라는 흰빛을 좋아하여 군사들은 백마를 타고 종묘에는 흰소를 잡아 제사를 지냈으며 주(周)나라 사람들은 붉은빛을 기려 군사는 붉은말을 타게하고 종묘에는 붉은소를 잡아 썼다고 공자가어(孔子家語)에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색깔이 지니는 상징성은 시대정서나 집권층의 통치철학에 따라 그 의미를 달리해왔음을 고금의 역사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노란색을 둘러싸고 서로 '우리가 노란색의 원조'라며 경쟁적으로 노란색의 당(黨)이미지를 부각시키려 다투면서 정치판의 색깔시비에 대한 민초들의 논란이 심심찮다.
도대체 노란색의 이미지가 어떤 상징성을 지니며 노란색 당(黨)이 되면 무슨 수가 생기기에 공당(公黨)들이 그처럼 기를 쓰고 자기네 당 색깔이라고 우겨대는지 노란색의 이미지를 한번 짚어보자.
흔히 하는 얘기로 누가 엉터리같은 소문이나 믿기지 않는 뉴스를 들먹일때 '노랑신문에 났더냐'는 핀잔을 던지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저질스럽고 신뢰성이 떨어지는 선정적인 언론(저널리즘)을 이야기 할때도 황색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이라는 표현을 쓴다.<
흥미중심이나 폭로주의적인 선정적 신문에 노랑(yellow)이란 수식어를 붙이게 된것은 뉴욕월드신문이 노란옷을 입은 소년(yellow kid)의 만화를 게재한데서부터 비롯됐다.
그러한 저널리즘 변천사(史) 쪽에서 본다면 노란색은 정치홍보나 여론선전 효과에 있어서는 그다지 매력적이고 유용한 이미지의 색깔은 못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대중선전 정치에는 도가 트인 사람이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16년전 평민당을 창당하면서 당 이미지 컬러로 노란색을 선택했었다.
왜 그가 숱한 색깔들을 다 놔두고 노란색을 선택했는지는 하(夏)나라 임금이 굳이 사람들이 다 꺼려하는 검정색을 통치권을 상징하는 색깔로 선택한 것과 마찬가지로 권력자 맘이다.
지난 역사속에서 통치권이 특정 색깔의 상징적 이미지를 정권 강화와 권력유지에 이용하려했던 예는 수없이 많았다.
중국 국민당의 장개석이 체제 유지를 위해 당내에 남의사(藍衣社)라는 특수정보기관을 두고 반대정치세력을 탄압했을 때도 기관원들의 옷색깔을 남색으로 통일함으로써 정적과 국민들에게 남색=공포=제압이라는 '남의사'기관의 위세 파급을 노렸던 경우다.
나치 정권의 '갈색셔츠'대원 역시 히틀러의 직할 '히사모'쯤되는 조직의 이미지를 만든 경우다.
모택동의 홍위병이나 일본 적군(赤軍)파 테러집단 역시 붉은 색깔의 이미지와 함께 파괴와 불안, 과격함을 상징시켜 조직의 공격력을 강화한 예다.
머리에 노란색 두건을 썼던 황건(黃巾)의 농민 반란도 특정 색깔로 집단을 힘의 구조로 결집시키고 일사불란하게 통수자의 목적을 위해 진군케하는 집단 마력과 대중선동 효과를 시도했던 경우라 볼 수 있다.
따라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노란색으로 황색 바람을 일으켜 재미를 봤던 DJ(평민당)의 '노란색'에 미련과 유혹을 벗어 던지지 못하고 16년이 지난 지금 다시 원조색깔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것은 역사란 것 이 본받을만한 것만 본받아야 더 나은 역사를 쓸 수있다는 진리를 망각한 처신이 아닐 수 없다.
노란 점퍼를 떼지어 맞춰입고 TV에 비치는 당기자실 회견장 배경을 노란색으로 도배를 했다고 해서 평민당 시절의 황색바람이 저절로 불어와주리라 믿는다면 큰 착각이다
DJ 시절에 불었던 황색바람은 노란색의 색깔 이미지 때문이 아니라 때마침 그때의 민심이 그쪽으로 불고있었기 때문이었을 뿐이다.
장개석의 '남의사'도, 히틀러의 갈색셔츠 팀도 민심과 순리를 거스르고서 단지 색깔로 조직된 선전과 대중조작의 술수 만으로는 민심을 못얻는다는 교훈을 보여준다.
민주.열린우리당은 동네 골목 삼겹살집 개업때 원색의 미니 스커트를 입은 몸짱 소녀들의 노래 춤에 끌려 개업집 찾아가는 식으로 총선민심이 움직이리란 이벤트 정치의 기대를 버려야한다.
노란당이면 무엇하고 파란당이면 뭣하겠단 것인가. '옷짱''색깔짱'으로 한몫 뜨려 들지 말라는 얘기다.
이제 색깔에 의한 사상이나 이념 조작은 힘을 잃어가는 시대다.
붉은색도 이미 월드컵과 U대회를 거치면서 공산당이나 북한체제 같은걸 연상 시키던 냉전적 상징성이 무디어져 버렸다.
며칠전 어느 시민단체가 낙선운동 명단 발표장에서 붉은색 카드를 똑같은 자세로 내밀며 투표하듯 하던 TV장면이 나왔었다.
그 장면을 보고 북한 노동당대회나 인민대회장에서 김일성 부자가 보여주던 북한식 투표 자세가 떠올라 왠지 '섬뜩하더라'는 어느 독자의 독백이 떠오른다.
그들은 왜 하필 그런 자세로 붉은카드를 내밀었을까. 누가 그런 북한 스타일의 액션을 연출하고 지시했을까 궁금하지만 그 비밀은 아무도 모를 것이고 연출자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요즘 색깔 시비보다 그런 정치 분위기가 더 두렵고 걱정된다는 사람들이 늘고있다.
그런 눈뜬 국민은 겉에싸인 포장지의 색깔로 상품을 고르지 않는다.
포장을 벗어던지고 꾸밈이나 숨김이 없이 진실과 알맹이만 있는 진솔한 정치를 보였으면 좋겠다.
김정길〈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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