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게의 유혹

대게철이다.

영덕 강구항 등 대게 산지에는 속살이 오른 대게 맛을 보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담백하고 특유의 향미가 있어 미식가들이 즐기는 대게를 제대로 맛보려면 2, 3월이 제격이다.

양식이 안되는 대게는 산란기와 탈피기인 6∼10월을 피해 11월부터 5월까지만 잡을 수 있다.

하지만 11, 12월에는 살 대신 물이 찬 수대게가 더 많아 살이 꽉 찬 대게를 맛보려면 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강구대게상가연합회 이춘국 회장은 "2, 3월에는 속이 잘 영근 대게가 많이 잡힌다"며 "값이 비싼 큰 대게의 경우 설 전보다 가격이 떨어져 요즘 경매 시세가 5천∼8천원정도 내렸다"고 했다.

겨울 바다 구경도 할겸 대게 맛기행에 나서보면 어떨까. 대게 맛을 보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돈을 들이더라도 큰 대게 맛을 보고 싶다면 영덕 강구항 식당거리로 가보자. 무려 167개의 식당이 밀집해 있는 강구항은 TV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곳. 교통도 편해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가격이 만만치 않은 최상급의 큰 대게들은 우선적으로 이곳으로 반입된다.

이들 식당에서 판매되는 국내산 대게는 마리당 1만~15만원선. 1인당 3만, 4만원 정도는 잡아야 한다.

러시아 등 수입산은 국내산의 절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가격이 부담이 되는 사람들은 강구항 끝쪽 난전을 찾기도 한다.

이곳에선 다리 하나가 떨어진 것 등 상품 가치가 낮은 게들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회사원 김형기(43.대구시 상인동)씨는 "얼마전 아내와 남매를 데리고 강구항에 가 난전에서 작은 대게 8마리, 큰 대게 3마리를 흥정해 5만원에 사 맛있게 먹었다"고 했다.

난전 상인과 연결된 식당에서 자릿세를 추가로 내고 대게와 음료수, 밥 등을 먹고 나니 모두 8만원이 들었단다.

그러나 난전에서 얼마나 좋은 대게를 고르느냐는 스스로 책임질 수밖에 없다.

친구와 함께 5명이 대게를 먹으러 갔다는 회사원 이장우(41.대구시 침산동)씨는 "강구항에 값이 저렴한 작은 대게가 없어 수입산 대게를 12만원어치 주문하고 대신 방파제 앞 회센터에서 싱싱한 회를 3만원어치 떠 함께 먹으니 푸짐해서 좋았다"고 했다.

이미 강구항에 가보았다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속이 꽉 찬 작은 대게를 맛보기 좋은 대게원조마을로 가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

영덕군 축산항 인근에 자리한 대게원조마을은 국도에서 20분 정도 더 들어가야 해 교통은 강구항쪽보다 불편하지만 동해안의 포구 분위기를 느끼며 저렴한 맛기행을 하기에는 권할 만하다.

이곳에서 정식 허가를 내고 영업하는 식당은 6군데 정도. 영덕대게전문점 '기장횟집' 김진수 대표는 "작은 대게는 가격이 약간 올라 마리당 1만~1만5천원 정도 한다"며 "어른의 경우 머리 크기가 9㎝정도 되는 1만원짜리 대게 2마리 정도면 양이 충분하다"고 했다.

시골장 분위기도 느끼며 저렴하게 작은 대게를 구입하려면 영해시장으로 가보면 어떨까. 영해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인 영해시장은 현지인들이 값싼 대게를 구입하는 곳이다.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영덕에 살고 있는 남편과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는 회사원 전은미(31.대구시 대명동)씨는 "식당에서 1만원정도 하는 대게를 영해시장에서 6천원에 사 집에서 처음 쪄먹어 봤는데 너무 맛있어 친구들을 초대해 대접했다"고 한다.

영해 5일장은 매달 5, 10, 15, 20, 25, 30일에 열린다.

하지만 장날이 아니어도 대게는 구입할 수 있다.

풍경이 좋은 해맞이공원 등을 끼워 해안선 드라이브 코스로 맛기행에 나서는 것도 좋겠지만 떠나기가 부담스럽다면 안방에서도 대게 맛을 볼 수 있다.

현지 식당들은 대부분 택배 서비스(택배비 5천원 자부담)를 하고 있다.

요즘엔 인터넷 주문도 늘고 있다.

'대게닷컴' 이기화 대표는 "서울 등 거리가 먼 지역에서 하루 10상자 정도 주문이 들어오기도 한다"며 "어른 3명이 10만원선에서 주문하면 적당하다"고 했다.

'기장횟집' 김 대표는 "대게를 쪄서 택배로 보내면 가는 도중 식고 죽은 대게를 쓸 수도 있어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대게를 산채로 택배로 보내 집에서 직접 쪄먹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권했다.

이곳에서는 식당에서 마리당 1만원에 먹을 수 있는 작은 대게를 8천원에 산 채로 택배로 보내고 있다.

대게는 찌기 전 미지근한 물에 담그거나 주둥이에 약간 뜨거운 물을 부어 죽인 뒤 바로 찜통에 쪄야 한다.

대게의 배가 위로 향하도록 놓고 쪄야 뜨거운 김이 들어가도 게장이 흘러나오지 않는다.

작은 대게 10마리를 찌는 경우 센불에서 5분 정도 찌고 김이 확 나고 나면 불을 낮춰 10분 정도 찐 뒤 불을 끄고 5분 정도 뜸을 들이면 된다

게가 완전히 쪄질 때까지 뚜껑을 열어서는 안된다.

대게 고르는 법, 길 안내 등 자세한 정보는 영덕군청(http://www.yd.go.kr), 사이버대게박물관(http://ydcrab.invil.org/cybercrab) 등에서 알 수 있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사진 제공:(주)알티엠 대구지사, 영덕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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