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는 지금 관객 1천만명 시대와 자국 영화 점유율 50%라는 기록적인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말 개봉한 '실미도'는 1월말에 이미 835만명이 관람해 '친구'(818만명)의 흥행기록을 깨면서 '도깨비 방망이'가 되고 있으며, '태극기 휘날리며'가 기록경신을 예고하기도 한다.
실화에 기초한 소재와 스타들이 총동원된 대작의 매력이 엄청난 마케팅 공세로 홍보되는 동안 사람들은 어디서든 이 영화들을 보지 않으면 대화에 낄 수 없는 분위기가 되고 있는 느낌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작가영화' '독립영화' '예술영화' 등 저예산 영화들은 '부적격 상품'으로 묻혀버리기 일쑤다.
▲김기덕 감독이 저예산 영화 '사마리아'로 제5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이 영화제에서는 1961년 강대진 감독의 '마부'가 심사위원 특별상을, 1994년 강선우 감독의 '화엄경'이 신인감독상을 받았으나 첫 감독상 수상이다.
이로써 한국영화는 2002년의 칸 영화제(임권택.'취화선')와 베니스 영화제(이창동.'오아시스')에 이어 세계 3대 영화제에서 감독상 수상을 기록하게 됐다.
▲'사마리아'는 용서와 화해가 주제로 유럽 여행을 가기 위해 원조교제를 시작하는 두 10대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낯선 이름인 김 감독에게는 늘 '게릴라 감독' '충무로의 이단아' '저예산 영화의 총아'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1996년 데뷔작인 '악어'를 비롯한 10편의 영화가 10억원을 넘긴 적이 없지만, '사마리아' 역시 5억원의 제작비로 11일만에 완성한 '작은 영화'다.
▲1960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난 김 감독은 영화 인생도 남다르다.
중졸인 그는 공장생활을 하다 해병대에 복무한 뒤 서양화 공부를 위해 3년간 파리에 머문 적이 있으나 그림만 그리다 귀국했다고 한다.
정식 영화교육을 받은 적도 없으나 1994년 시나리오 공모 당선으로 영화계와 첫 인연을 맺은 이후 그의 말대로 '표준적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지 않고 고유한 시각과 정체성, 독특한 스타일'로 밑바닥 인생을 그려온 '뚝심'으로 영예를 안은 셈이다.
▲전통적으로 베를린영화제는 아시아 영화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으며, '친 할리우드적' 성향으로 치달아 왔다는 점에서도 이번 김 감독의 수상은 그 의미가 각별하다.
영화계는 그의 개인적 영광을 떠나 국제영화시장이 한국영화시장 쪽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는 데 큰 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듯이 한국영화의 앞날을 밝게 해준 '저예산 영화의 승리'였다.
차제에 양적인 팽창에도 불구하고 흥행이 될만한 영화만 골라 개봉하는 독과점 풍토가 한국영화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새삼 해보게 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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