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짱, 얼짱…. 최근에 생긴 신조어다.
'짱'이 무슨 뜻일까?
일본에서는 어린 애들을 귀엽게 부르는 말로써 이름 중 한 글자를 떼어 '짱'을 붙여 불렀다.
이런 별 뜻없는 말이 어느새 우리나라에서 약간 다른 뉘앙스로 유행하게 되었다.
그 쓰임새를 보건대 아마 '어느 한 분야에서 반짝 빛나며 쟁쟁하다'는 표현을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싶었다.
우리말화된 일본어라고나 할까. 그런데 나도 모르게 '짱'소리가 튀어나온다.
그러면서 이내 의식없는 내 태도를 반성한다.
어떤 이들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고, 일본 수상의 신사참배를 규탄하고, 정신대문제를 해결하라고 치열한 몸부림을 하고 있는데, 속없는 나는 확실히 일본어라고 생각되는 '짱'이란 단어 하나 쓰면서 신세대 반열에 들어가는 것 같아 좋아만 하는 것이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주장과 행동이 다른 경우는 이뿐 아니다.
모든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정치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면서 불법.부정에 얽힌 정치자금에서부터 개인적 비리, 인신공격에 이르기까지 정치를 비판하고 정치가를 욕한다.
정치가를 술자리 안주로 삼는 것은 기본이고, 엊그저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맛없는 회는 국회다'라는 재미있는 말도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조금만 잘못하면 금세 파렴치범 취급을 당하고, 더럽고 매력없다는 정치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은 왜 또 그리 많은지. 특히 전문직의 청년들, 시민운동가, 자원봉사자 할 것 없이 모두 정치가가 되고자 한다.
마치 이 땅에서 할 일은 정치밖에 없는 것처럼. 그러다 보니 수백대 일의 경쟁에서 이기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강박관념이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 친지, 주위 모든 사람을 괴롭히게 되고, 경선 공천 과정의 말썽과 선거의 부작용, 각종 비리의 연루가 오히려 자연스런 현상인 것처럼 둔해져 있다.
얼마 전 여성단체에서도 여성 국회의원 후보자 102명을 각 정당에 추천했다.
물론 객관적 기준으로 볼 때 모두 훌륭한 여성들이다.
그러나 평소 정치하고는 거리가 먼 분야에서 일하던 여성들과 정치라면 치를 떨던 여성들, 또는 자신은 절대로 정치는 안하겠다고 큰소리치던 여성들도 명단에 들어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정치를 싫어하면서도, 또 정치는 절대 안하겠다던 사람들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이 사회. 우리는 이렇게 상호모순적이며, 이율배반적인 사회에 살고 있다
얼마 전, '예림이는 1000만원을 벌었어요'란 어린이 재테크 방법의 실화가 책으로 나와 화제가 됐다.
흔히 어린이는 용돈이 생기면 골목길로 나가 조잡한 모양의 장난감이라도 사는 것이 보통인데 예림이는 일찍이 소비를 즐겨하지 않고 돈맛을 크게 보려했다.
물론 이 어린이가 기특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향하는 소위 인격 교육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돈을 밝히면 안된다고 배웠다.
인격자란 순수하다는 말과 통하고 그 말속에는 돈을 모른다, 물욕이 없다로 알고 있다.
따라서 어린이는 어린이다워야 한다.
순수해야만 하는 어린이에게 일찍부터 재테크 운운하는 것은 너무 영악스러워 영 내키지 않는다.
물론 요즘 시대에는 과거와는 달리 일찌감치 경제 교육을 시켜야 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재테크와 다른 순수한 경제교육이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황금만능주의라고 하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최근 어린이 대상 범죄가 급증하여 유괴, 살인, 폭행, 동반자살에 이르기까지 방어력없는 어린이를 절망의 늪에 빠트리는 어른들의 횡포가 극에 달한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까지 돈맛을 알게하는 법을 가르치고 돈 모으는 수단을 알려주는 것은 때 아닌 때에 잘못된 것을 가르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어린이한테까지 부추기고 꼬드기는 재테크 기술은 아무래도 어른들의 욕심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어린이에게는 물질의 가치보다도 우선되어야 할 수많은 가치를 먼저 가르친 연후에 자연스레 돈의 가치도 깨달아가게 하는 것이 순수한 인격자를 우선시하는 우리사회 풍토에 맞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김근화(〈주〉여성자원금고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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