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지하철 참사 1년-자식 잃은 대구가톨릭대 테니스부 부모들 '오열'

"석아, 아픔과 고통이 없는 천국에서 다음에 만나 못다한 이야기들을 나누자꾸나. 너를 떠나보낸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되었다니. 영영 너를 볼 수 없다는 것이..."

대구지하철 참사 1주년 추모식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7시. 중앙로역 대곡행 승강장 앞에서 중년의 남자가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목소리는 점점 잦아들고, 결국 고개를 떨구며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주변에 있던 일행들도 중앙로역 바닥에 주저앉아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종석아, 동민아...".

이들은 지하철 참사때 목숨을 잃은 대구가톨릭대 체육교육과 테니스부원 김종석(당시 22세), 서동민(〃21), 김택수(〃19), 방민휘(〃19)군의 부모들.

이들은 아들의 시신 수습이 끝난후 대구를 떠났다가 이날 다시 처음으로 참사 현장을 찾았다.

숨진 아들이 모두 외아들인데다 부산, 포항, 서울, 천안 등 타지에서 대구로 유학을 온 탓에 이들의 슬픔은 더욱 컸다.

승강장에서 1년만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은 이는 종석씨의 아버지 김대율(57.부산시 남구 대연동)씨.

흐느끼는 부인을 달래면서 자신도 연신 눈물을 흘리던 김씨는 "이제는 더 이상 흘릴 눈물도 없는 줄 알았는데 여기에 오니 또 아픔이 복받쳐 온다"며 슬픔을 참지 못했다.

"몇번씩 오고 싶었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 이제서야 여기에 왔다"는 동민(당시 21세)씨의 어머니 박인숙(49.천안)씨는 승강장 바닥에 앉아 "아들이 죽고 나서 이렇게 시설개선을 하면 뭐하느냐"며 지나쳐가는 전동차를 바라보며 통곡했다.

이들은 1년전 멀쩡하던 자녀들의 마지막 흔적을 조금이라도 더듬어보려는 듯 지하철 전동차 몇대가 무심히 지나갈 동안에도 자리를 뜨지 못한채 승강장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기를 20여분. 다시 힘겹게 발걸음을 뗀 이들은 1년전 그때처럼 무너져 내리는 가슴을 쓸어안으며 승강장 계단을 올라갔다.

종석씨의 아버지 김씨는 18일 오전 중앙로역 지상차도에서 있은 '지하철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전체 희생자가족을 대신해 눈물의 추도사를 다시 한번 낭독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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