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층아파트 휴대폰 '사각 지대'

아파트 18층에 사는 곽모(45.여.대구 북구 침산동)씨는 집에 들어가면 휴대전화를 사용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잡음이 많고 통화가 자꾸 끊어지기 때문. 인근의 22층 아파트에 살고 있는 조모(46.여)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조씨는 "상대방은 전화를 수차례 했다고 하는데 발신번호조차 전화기에 남겨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통화가 자꾸 끊어진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고층 건물이 갈수록 늘면서 휴대전화의 통화 품질이 떨어진다는 가입자들의 불만도 잇따르고 있다.

휴대전화의 전파를 중계하는 기지국이 낮게 설치돼 대부분 고층 아파트의 16층 이상부터는 휴대전화에 전파를 전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자파나 집값 하락 등을 이유로 대다수 아파트들이 옥상 기지국 설치를 거부하고 있어 주상 복합 등 초고층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되는 내년부터는 '통화 품질'을 둘러싼 시비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SK텔레콤 대구지사 이병묵 과장은 "고층 건물에 전파를 보내려면 옥상 기지국을 추가로 설치하거나 가정용 중계기를 다는 방법밖에 없다"며 "그러나 지역 내 16층 이상 고층 아파트가 모두 1천281개동에 이르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옥상에 기지국이 설치된 아파트는 한 곳도 없다"고 밝혔다.

집 내부에 설치하는 중계기(무료)도 고층에 사는 주민들 대부분이 "전자파 발생이 우려된다"며 휴대전화 통화 불량을 겪으면서도 설치는 외면하고 있다는 것.

KTF나 LG텔레콤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PCS는 셀룰러 방식의 휴대전화보다 높은 주파수대를 사용하기때문에 고층건물로의 전파 전달이 더 어렵지만 역시 주민들의 반대로 기지국 설치가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때문에 KTF의 경우는 통화품질 개선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가정용 중계기를 별도로 설치해 주고 있는데 대구에서만 한달에 800여대에 이르고 있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주상복합 등 초고층 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서게 되면 통화품질 불량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아파트 입주 이전에 옥상 기지국을 먼저 설치하는등 해결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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