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식캠프' 총지도 문성희씨

"환경과 내 몸은 떨어져 있지 않다는 걸 이번 단식캠프에서 알려주고 싶어요.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바쁜 현대인들은 너무 잊고 사는 것 같아요".

대구녹색소비자연대와 대구녹색살림생협이 주관한 '새해맞이 겨울단식캠프'의 총 지도를 맡은 문성희(53)씨. 염색하지 않은 희끗희끗한 반백의 머리, 삐뚤삐뚤하게 자신이 직접 눌러 쓴 강의용 자료, 들꽃 문양이 그려진 여백 가득한 명함이 예사롭지 않다.

"잘못된 식습관은 환경을 해치고 다시 사람의 몸을 해칩니다.

조류독감, 광우병 파동을 보세요. 사람들이 육류를 즐기다 보니까 가축을 대량 사육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생산 방법을 택한 결과가 아닌가요?"

문씨는 건강한 먹을거리 습관을 바탕으로 환경을 보호하려면 현재의 식습관이 잘못됐다는 점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 깨달음의 좋은 방법이 바로 단식과 생식, 채식. 단식으로 몸을 비우는 것은 자신의 몸을 자연에 더 민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그의 지도 아래 캠프 참가자들은 지난 5일동안 감식과 단식을 경험했다.

육류, 생선은 물론 곡기 자체를 아예 끊는 힘든 단식이지만, 단식 자체를 위한 단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장국, 감잎차, 물 등으로 최소한의 배고픔을 잊을 수 있도록 했다.

문씨가 채식을 주로 하게된 것은 7년전. 이제는 고기는 물론 계란도 먹지 않는 완전채식자가 됐다.

그런 그도 한때 요리학원을 경영하며 온갖 재료를 주물렀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때부턴가 음식을 만들면서 고민을 하게됐다고 했다.

"각종 유해한 식품첨가제로 범벅이 된 식재료, 사료를 먹여 대량으로 생산한 가축의 고기를 만지면서 '생명을 살리는 음식은 아니다'는 고민을 했었어요. 그러다 명상수련을 겸하게 되면서 한 동안 고기를 끊었어요". 그는 이제 고기를 먹으면 몸이 무겁고 탁한 느낌까지 든다고 했다.

고기를 먹지 않는 엄마를 보고 자란 딸(13)도 학교 급식을 마다하고 꼭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먹는다.

쉽게 요리된 학교 급식이 소화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입에 맞지 않은 것. 문씨의 도시락은 김치말이 김밥으로 채워진다고 했다.

문씨는 부산에서 자연식 연구업체인 (주)들뫼를 운영하는 요즘 흔한 말로 CEO다.

하지만 주식회사래야 사업자 등록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붙인 것이고, 직원도 수 명에 지나지 않는다.

불을 때야 하는 오두막집이니 달리 회사랄 것도 없다.

밭을 갈고 씨도 뿌린다.

그래서 "연구도 하지 않는다"고 웃으며 손사래 치지만 그는 이곳에서 들빛차, 산야차, 들뫼양념, 효소.된장 등 생명을 사랑하는 생식품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제품 포장지도 직접 삼베천을 손 바느질 해 만든다.

"꼭 자기몸만 건강해지자고 단식을 하자는 건 이 캠프 취지에 맞지 않아요. 내 몸을 건강하게 하는 음식을 섭취하면서 더불어 자연도 건강하게 만들수 있도록 환경에 관심을 갖자는 것이지요".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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