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상인 '눈물의 하소연'...鄭의장도 눈물

23일 전국 700여개 재래시장 상인 대표자 1천여명이 국회 의원회관에 모여 눈물바다를 만들었다.

장사하느라 바빠 그 흔한 데모 한번 하지 못한 재래시장 상인들은 건국 이후 처음 한자리에 모였다며 어려움을 호소했고 애절한 사연이 이심전심으로 상인들의 가슴을 때렸다.

주역은 대구 신팔달시장 상인들이었다.

배추장사를 한다는 김병해씨는 "하루 하루 장사가 힘들다"며 "하루종일 2천원하는 배추 한단 못파는 날이 많고 많이 팔아야 1~5단을 판다"고 시장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김씨는 "4만2천원하는 쌀 한가마니를 팔지못해 한되씩 팔면서 무던히도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은 차치하고 아들이 대학이라도 마치도록 해야하는데 차비조차 못줄 때 가슴이 너무 아팠다며 펑펑 울었다.

김씨는 "높으신 분들이 제발 좀 살려주이소…"라고 수없이 되뇌었다.

역시 대구에서 야채장사를 한다는 김순분씨는 "재래시장이 어려워져 가게를 넘겼고 이혼까지 했다"며 "의료보험료라도 내 아픈 딸을 병원에 데려가는 게 꿈"이라고 울먹였다.

"차비가 없어 집에까지 걸어갈 때 무척 서러웠다"고 말하며 그녀는 아예 통곡했다.

김씨의 딸로 올해 고교를 졸업한 이경미양은 영상편지에서 "우는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밖에 할 수없는 나 자신이 밉다"고 운을 뗀 뒤 흐느끼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삼성전자에 합격했으나 건강이 나빠 채용되지 못했다는 경미양은 "어렵더라도 속상하지 말라"며 엄마를 위로했다.

대회의실을 가득 메운 상인들의 눈에 이슬이 맺혔고 하나둘 손수건을 꺼내들었다.

"도저히 눈물이 나서 못보겠다"며 행사장을 빠져 나가는 이도 눈에 띄었다.

눈물을 훔친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경미가 삼성전자에 입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겠다"며 "입사가 안되면 우리당 당직자로 채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의장은 "시장 사람들의 말씀을 들으며 창피했고 여의도 정치를 반성했다"며 "재래시장을 다시찾는 재래(再來)시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재래시장 상인들은 전국재래시장연합회를 결성해 "재래시장의 애로사항을 모아 정부에 전달하는 등 제목소리를 내고 권익을 찾자"고 결의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사진: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전국재래시장 대표자와의 대화에서 한 상인이 눈물을 흘리며 시장상인의 애환을 토로하고 있다. 김영욱기자 mirag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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