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 내홍, 결별로 가나

한나라당의 내분이 마침내 신당창당론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수도권 출신 소장파의원들이 22일 최병렬(崔秉烈) 대표와 같은 세대의 동반퇴진을 통한 주도세력 교체론을 제기했을 때만해도 가능성에 머물렀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신당창당론을 주도하고 있는 구당모임은 23일 "제2 창당 준비위원회를 즉시 구성하고 3월15일 이전에 제2창당을 완료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합의된 제2 창당은 사실상 신당 창당을 뜻한다.

구당모임의 대변인격인 권영세(權寧世) 의원은 "당의 해체를 공식 결의하고 탈당, 공천자 중심으로 발기인을 구성한 뒤 주도세력이 교체된 전혀 새로운 당을 만드는 것이 불가피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곧 지금의 한나라당과 결별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이 신당창당론을 내세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나라당에 덧씌워져 있는 부패와 수구의 이미지를 벗겨내지 않고서는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구당모임의 주축인 수도권 소장파들의 심정은 더욱 절박하다. 최 대표가 퇴진하고 새 대표가 들어선들 부패와 수구의 이미지가 단숨에 벗겨질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따라서 보수정당의 법통을 간직하면서도 기존의 부패 이미지와는 단절된 새로운 당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흐름에 중진인 김덕룡(金德龍) 의원도 동조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최 대표가 수용한)임시 전당대회는 법적으로는 한나라당 대표를 뽑는 것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신당 창당을 위한 대표를 뽑는 전대가 돼야 한다며 전당대회에서 창당준비위원장을 선출, 신당창당 수준의 개혁을 하자"고 주장하고 총선 이전 창당을 위한 일정까지 제시했다.

소장파들은 신당창당 방안으로 제2창당준비위원회가 주도해 1차 전당대회에서 당 해체를 결의한 뒤 별도로 창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선출하되 최 대표가 제2 창당준비위 발족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별도로 당밖 인사들까지 포함하는 창준위를 구성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신당론에 대해 지도부는 물론 최대 지지기반인 영남지역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신당은 결국 소수파들의 분당 수준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분당으로 가는 경우 소장파들은 격렬한 당내 반발을 극복해야 하는 부담을 안아야 한다.

설사 창당이나 분당에 성공하더라도 신당이 부패와 수구의 이미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또 신당이 열린우리당 및 민주당과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할 위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신당은 여당과 기존 야당에게 각개격파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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