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북부지역에 사상 초유의 폭설이 내린 지 사흘이 지났지만 복구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터무니없이 적은 긴급 복구비만 책정해 놓은 채 피해상황 파악에만 급급하고, 자원봉사의 손길마저 닿지 않아 복구는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비닐 하우스 붕괴피해를 당한 농민들은 쌓인 눈 때문에 중장비 진입이 어려워 넋을 잃은 채 일손을 놓고 있고 응급환자 이송은 물론 병이 난 가축치료도 수의사들이 출장을 꺼리는 바람에 손을 못쓰고 있다.
인삼재배시설과 축사가 무너져 엄청난 피해를 입은 영주시 안정면 생현1리의 마을진입로는 8일 오전까지 눈이 얼어붙으면서 빙판길을 이루고 있었고 복구작업을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젖소축사가 무너진 권영환(46.영주시 장수면 두전리)씨는 "임시 축사라도 지어야 하나 도로가 얼어붙어 손쓸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양계장이 무너져 산란계 500마리가 압사하는 피해를 입은 이형석(34.예천군 호명면 종산리)씨는 "자동사료공급기가 부서진 데다 당장 환기와 보온이 안되기 때문에 집단 폐사할 가능성이 높다"며 "스트레스를 받은 닭이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빨리 복구해야 하나 손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구에 동원된 경찰과 공무원들은 긴급 도로복구에만 힘을 쏟을 뿐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비닐하우스나 축사 복구는 자원봉사 인력이 전무한 탓에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상주시 화북면에서 유기농채소를 생산하는 청화농산의 경우 비닐하우스 10개동(2천100평 규모)이 내려앉자 3억여원의 피해를 입었으나 쌓인 눈 때문에 장비를 동원하지도 못하고 있고 복구인력도 없는 상태다.
특용작물을 재배하는 대형 비닐하우스 30여동이 무너져 내린 안동시 풍천면 광덕 2리 이장 송기태씨는 "비닐하우스 사이로 눈이 1m 이상 쌓여 몇 명 안되는 주민 힘만으론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마을 농가 대부분은 지난해 태풍 '매미'때도 상당한 피해를 입은 뒤 힘겹게 재기에 나선 곳이다.
하우스 풋고추를 재배하는 박제탁(34.예천군 개포면 금리)씨는 "이젠 고추모종을 심을 곳도 없다"며 "원상복구는커녕 무너진 하우스를 치우는 작업도 못할 형편"이라고 했다.
폭설 피해 농민들은 폭설지역을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 정부차원의 지원책 마련을 요구했다.
한 농민은 "영농자재 일부가 품귀현상을 빚고, 값도 작년보다 20% 정도 올랐으나 복구비용은 쥐꼬리에 불과하다"며 "비닐과 지주 철근 등을 싼값에 지원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사회2부
사진:영주 등 경북 북부지역은 8일 오전까지 겨우 국도만 통행이 가능할 뿐 면리간을 잇는 지방도 등 대부분의 도로는 쌓인 눈이 그대로 얼어붙어 빙판길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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