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명인 자살 보도, 어떤 영향 미칠까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에게 3천만원을 준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아온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11일 한강에 투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살 보도에 관한 윤리가 논란을 빚고 있다.

남 전 사장이 한강에 몸을 던진 것과 비슷한 시간에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는

공교롭게도 한국자살예방협회와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자살 예방과 미디어의 역할'

이란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었다.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허태균 한국외대 사회대(심리학) 교수는 자살 행동에 미

디어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련학자 D.P.필립스의 연구 사례를 소개하며 자살보도

에 대한 준칙 마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필립스는 "1947년에서 1968년 사이에 일어난 35건의 자살사건을 분석하며 자살

에 대한 대대적인 보도가 이뤄진 달과 그 다음달에 자살 빈도가 평균 자살률보다 급

증한다"는 연구결과를 74년에 발표했다.

필립스는 1980년에도 "자살에 대한 대대적인 보도 직후 4∼5일 동안에 그러한

보도가 노출된 지역에서 교통사고 사망자와 살인사건의 수가 급증하는 성향을 보였

다"면서 "이는 사고를 가장한 자살의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스택은 2000년에 "연예인이나 유명 정치인의 자살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보도는

그렇지 않은 사건에 대한 보도보다 14.3배나 더 후속 모방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에 관한 기사가 소설이나 영화 속의 자살보다 후속자살에 미치는 영

향이 4.03배 높다"고 주장했으며 "일반적으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자살 고려

자들이 여러 번 반복해 깊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신문보도가 TV의 짧고

일회적인 보도보다는 더 강한 영향을 가지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구드도 2001년 "자살자와 시청자의 연령, 보도기사 제목의 자극성, 보도기사의

반복 여부, 보도 영역, 보도 매체의 다양성 등 다양한 요인이 후속자살에 영향을 미

치며 일반적으로 자살보도에 대한 제목이 자극적이고 반복돼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

됐을 때 더 많은 후속자살이 뒤따른다"고 지적했다.

2003년 스택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83년부터 86년 사이에 지하철 자살이 급증했

던 오스트리아는 87년부터 언론의 자살기사 보도 억제노력(보도하지 않거나 매우 작

은 기사로 처리함)을 통해 지하철 자살 빈도를 크게 낮출 수 있었으며 다른 연구결

과에서도 여러 나라에서 자살보도에 대한 준칙 마련을 통해 후속자살의 빈도를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허 교수는 "남상국 전 사장의 투신과 노사모 회원의 분신자살 기도에 대한 보도

를 보면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친 느낌이 있다"면서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살이라는 단어와 자살 원인을 기사의 제

목으로 쓰지 않을 것 △ 자살을 미화하거나 정당화하는 내용을 포함하지 않을 것 △

구체적인 자살 방법에 대한 언급을 피할 것 △자살 원인을 구체적 조사없이 단정적

으로 하나만 명시하는 것을 피할 것 등의 보도준칙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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