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중견작가 김원우(57)씨가 문단의 신세대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김씨는 계간 '대산문화' 봄호 '2004년 봄 젊은 소설을 읽다' 기획에 기고한 '독창성의 근본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이란 제목의 글에서 문단의 젊은 유망작가로 꼽히는 김영하, 배수아, 정이현 등의 신작을 평하면서 "세 작가의 신작들이 형식의 변주를 시도한 흔적은 역력하지만 전적으로 새롭지는 않고, 그 성과들도 '이것이다' 싶게 확실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씨는 "어떤 탁발한 이론으로 걸고 넘어진다 하더라도 예술은, 문학은, 나아가서 소설의 궁극적 목적은 속 보이지 않는 어떤 세련미의 고양일테고, 그것을 검증하는 안목은 어느 눈이라도 다를 리가 만무할 터이다"며 "어른스러운 시각의 찬찬한 조명이야말로 유치한 현실에의 표피적 접근.해석을 밀막는 유일한 도구일 것이다"라고 충고했다.
김씨는 김영하의 소설 '검은 꽃'에 대해 "숱한 사실(史實)과 사건들을 일종의 점묘법 화풍으로 채색한 기법의 특이성은 주목할 만하나, 각 부와 그 밑의 각 장들이 균형감각을 잃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희귀한 정보가 너무 많아 오히려 그것들에 치인 작품"이라면서 "육화되지 않은, 남다른 해석이 따르지 않은 날 것으로의 자료를 아깝다고 마구 인용할 때, 더욱이 그것이 소설 속에서 제멋대로 정좌하려 들면 작품의 어떤 정조 부각에는 무해무득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배수아의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에 대해서는 "연작 장편 형식이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지만, 반어법적 세태읽기의 유별성에도 불구하고 후반부에서 사실주의적 기법보다 에세이풍 서술에 치우쳐 있다"고 비판했다.
정이현의 '낭만적 사랑과 사회'에 대해서는 "수록작 8편이 이런저런 형식실험을 하고 있으나 하나같이 신선미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제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잠시 걸치고 있는 듯 날림공사에 그치고 있다"고 평했다.
김씨는 "세 작가들의 작품이 한국소설의 풍요성을 어느 정도까지 담보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고 문학적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그 개간지들이 아직은 너무 거칠어서 사람다운 사람의 운신을 제한하고 있음도 사실일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땅뙈기를 무작정 넓혀가기보다는 작지만 조촐한 채전밭을 일궈가는데 전심전력해야 오히려 개개인의 '뜨고 싶은 문명(文名)'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소설의 바람직한 부상에도 적절한 차선책이 아닐까 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우리사회가 아무리 유치하다 할지라도 소설만은 진지한 모색에의 경주를 펼쳐야 하지 않을까라는 고리타분한 상념을 지울 수 없다"라고 끝을 맺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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