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처리 마감시한을 앞둔 여의도 국회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다음은 11일부터 12일 오전까지 국회 안팎의 시간대별 상황이다.
◇11일
○…이날 오후까지 여야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대치상황을 계속했지만 이렇다할 결론을 내지 못한채 감정싸움만 이어갔다.
박관용 국회의장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사회를 보게해 달라고 의장석을 점거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요청했지만 거부되자 오후 6시30분쯤 "오늘은 더 이상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며 퇴장했다.
표결시도가 무산되면서 여야 의원들은 철야 농성에 돌입하는 등 3당 의원들 모두가 한 지붕에서 자리만 달리한 채 서로를 감시하는 형국이 됐다.
○…같은 날 밤 국회 앞에서 탄핵반대 시위를 하던 한 남자가 '탄핵결사반대'라는 유서를 남긴 채 분신을 시도, 인근 병원에 옮겨졌다.
이날 오후 7시 17분께 서울 여의도 국회 부근 국민은행 앞에서 '노사모'와 '국민의 힘'이 주최한 노 대통령 탄핵 발의 비난 집회 도중 노사모 회원인 백모(51.경기도 의정부시)씨가 미리 준비한 신너를 몸에 뿌리고 분신해 중화상을 입은 것.
곧이어 노사모 회원 30여 명은 11일 오후 7시 20분께부터 서울 동교동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집 앞으로 몰려가 탄핵안이 부결될 수 있도록 민주당을 설득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면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12일 새벽
○…새벽 4시가 되기 직전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 20여명은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기자들이 모두 잠든 틈을 타 전격적으로 본회의장으로 밀어닥쳤다.
두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복도 두 갈래서 전속력으로 뛰어와 단상 점거를 시도하자 여야 의원들 사이에 고성과 욕설, 격렬한 몸싸움이 시작됐다.
의장석 단상 점거를 시도한 한나라-민주당 의원들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서로 뒤엉켜 욕설이 섞인 고성이 오갔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민주당 의원들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허리를 붙잡고 끌어내리려 했으며,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의장석을 끌어안고 버텼다.
'의장석 쟁탈조'로 나선 지역 출신의 김성조.이병석 의원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헤치고 비어 있던 의장석을 차지하고 앉았으나 곧바로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원이 김 의원의 뒷덜미를 잡아채서 끌어내려 의장석을 다시 내주었다.
○…기습현장에는 홍사덕 총무와 유용태 총무가 직접 나와 단상 점거를 지휘하며 상황을 지켜봤다.
한나라당에서는 최병렬 대표가 곧 나타나 자리를 함께 했고 민주당에서는 박상천 고문과 정세균 전 총무, 이만섭 고문, 강운태 총장, 장성원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가 총동원 됐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몸이 불편해 몸싸움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김홍일 의원까지 휠체어를 타고 모습을 드러내 한-민 지도부가 사전 약속을 통해 소속 의원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렸음을 증명해줬다.
○…오전 6시30분 "불이야"하는 소리가 들리고 국회 본관 현관에서 무쏘 차량 한 대가 불길에 휩싸였다
한나라-민주당 의원들의 새벽 기습작전이 전개된지 3시간쯤 지난 12일 오전 김모(43)씨가 '무쏘' 승용차를 타고 국회 본청 앞 계단을 정면으로 들이받고 차에서 내려 미리 준비했던 휘발유를 차에 뿌린 뒤 불을 지르고 도망가다 국회 경위와 경찰들에 의해 붙잡혔다.
◇12일 오전
○…밤새 철야 농성과 대기상태였던 야당 의원들은 본회직전 소집한 긴급 의원총회를 취소한 채 탄핵안 가결 정족수 확보를 위해 나섰고 열린우리당은 단상점거 농성을 이어갔지만 20여명의 의원들이 단상에 추가로 올라가 단상이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해 졌다.
본회의에 앞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우리당 정동영 의장으로부터 새벽에 만나 타협할 것이 있으면 대화하자는 제의에 대해 거절하는 등 탄핵안 관철 의지를 불태웠다.
민주당 김재두 부대변인은 "이제는 정족수 확보밖에 없다.
본회의 개최와 우리당 의원들의 실력저지에 맞서기 위해 단 한명의 소속 의원이라도 이탈하지 말게 하라는 것이 당 지도부의 지시였다"고 말했다.
박상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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