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국회비준안 통과 이후 많은 농민들이 과수를 캐내고 다른 작물로 전환을 검토하거나 아예 폐농을 고려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주시에 따르면 4월부터 한-칠레FTA가 발효됨에 따라 상당수 과수재배 농민들이 다른 소득작물로 전환하거나 아예 전업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도 작목반장 임동일(56.경주 건천읍)씨는 "소문대로 값싸고 품질 좋은 칠레 포도가 수입될 경우 우리 포도는 경쟁력을 잃게 돼 살아남기 힘들다"면서 "상당수가 다른 작물로 전환하려고 하나 마땅한 대체 작목이 없다"며 한숨지었다.
시설포도 재배농 이모(60.경주 안강읍)씨는 "포도나무를 캐내고 다른 작물을 심기로 했다"며 "정부의 후속 조치가 미진할 경우 결국 포도농가는 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수재배 농민들은 칠레산 포도수입으로 시설과 노지재배 포도 모두 피해를 입게 된다며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생색내기 정책이 아닌 특단의 지원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배, 사과, 포도 집산지인 건천, 서면 경우 지난해 태풍으로 수확량이 크게 떨어져 폐농한 농가가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FTA가 발효되는 오는 4월부터 피해가 우려되는 포도에 한해 희망 농가에게 폐원(廢園)보상비를 지원할 예정이지만 배와 사과는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혜택에서 제외돼 형평성 시비를 낳고 있다.
문경 등 경북 북부지역 과수농들은 FTA 후속조치로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포도밭 폐원보상비를 배와 사과작목으로 확대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일부 과수재배 농가들은 값싼 칠레산 과일 수입과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하락을 막기 위해 생산물량 조절 차원에서 폐원에 나섰지만 비용부담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
사과와 배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50.문경 산북면)씨는 "5천여평 중 60%가 성과수여서 폐원이 절실하다"며 "포도처럼 사과와 배도 폐원 보상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주.박준현기자 jhpark@imaeil.com
문경.박동식기자 parkd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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