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새로운 문화적 선택과 기호에 의해 경제구조가 바뀐다고 보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감성의 포스터 한 장이 인종을 초월하면서 전 세계인의 구매력을 촉진시키는 경우를 보아 왔다.
에펠탑 하나가 프랑스의 문화적 자존을 상징하며, 연간 400만이 넘는 관광객들을 불러들이는 세상이다.
더구나 지난 2000년에 8천300억 달러이던 세계 문화시장 규모가 내년에는 1조1천700억 달러를 훨씬 웃돌 것이라는 예측은 이 같은 현상이 앞으로 계속 확산될 가능성을 말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기까지 무수히 많은 예술가들의 노력과 절규, 창의력이 뒷받침돼 있었다고 봐야 한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이고, 진정한 문화산업 인프라는 '순수예술'이라는 사실은 전문가들만의 견해가 아니다.
그러나 과연 '순수예술의 전망이 밝은가' 하는 문제는 지극히 의문스럽다.
비단 우리나라만 겪는 아픔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문화의 세기에 그 알맹이라 할 수 있는 순수예술이 변두리로 밀리고,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예술과 문화산업들만 번창하는 방향으로 치닫지 않을지 우려된다.
▲황석영(소설가) 민예총 신임회장이 고사돼 가는 기초예술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급한데도 외면당하는 현실을 개탄하면서 이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나서 관심을 모은다.
그는 "최근 영화 분야가 회생했지만 문학.미술.공연 등에 대한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40여 개의 문화예술단체들을 규합해 '기초예술 살리기 문화연대'(가칭)를 출범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영화 관객 1천만명 시대는 기꺼운 일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그 그늘에 묻혀버리는 다른 장르의 예술, 같은 장르라도 순수성을 지키고 있는 경우를 생각해 봐야 한다.<
기초학문이나 이공계 기피현상처럼 어느새 예술 분야에도 경영논리가 우선시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예술계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속도가 붙고 있으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느낌마저 없지 않다.
게다가 예술가들마저 새로운 시장논리에 휩쓸리고 있어 답답해진다.
▲문학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하다.
문학지들의 작품 공모에 '당선자 없음'이 속출하고 있다.
이번 봄호의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3개 부문), '문학수첩' 문학상(2개 부문) 경우만도 당선자를 전혀 내지 못했다.
문단 내부에서는 '불임인가, 피임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나 순수성이 강한 문학은 죽어가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는 문화산업의 기반으로서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는 순수예술 분야에 대한 정부의 정책 전환과 예술가들의 의식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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