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관객이 1천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불과 39일만의 기록이니 하루에 25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극장 앞에 줄을 선 셈이다.
각설, 천만명의 사람들이 한 줄로 서면 어느 정도의 길이가 될까. 1m에 두 사람이 들어설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500만m에 천만명이 들어서게 된다.
이를 km로 환산하면 5천km. 서울에서 베이징까지의 거리가 대략 1천km쯤 되니 5천km면 중앙아시아의 타슈켄트나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쯤에 이르는 거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되는 요즈음 태극기 휘날리며가 벌어들인 돈은 천문학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입장료 수입과 필름 수출, 음반과 부수적인 수입들을 포함하면 경제효과는 무려 5천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제작비 140억 원을 투자한 영화 한 편이 무려 36배의 이익을 이뤄낸 것이다.
사실 태극기 휘날리며가 거둔 유무형의 수익은 영화 배급사나 연구소에서 추출한 액수보다 훨씬 더 큰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가 보여주는 극한 상황 속에서의 형제애는 영화를 관람한 모든 이들에게 가족애와 그 헌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준다.
메말라 가는 현실 속에서 이런 기본적인 삶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것은 영화 자체로서도 행복한 경험이며 국가 구성원들의 정신적인 순결성을 고양시킬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되는 것이다.
영화를 외국에 수출할 수 있음은 단순한 수출액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들은 영화 한 편을 구입하며 한국이라는 나라가 이 정도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을 부지불식간에 깨닫게 되고 이러한 감정은 영화를 감상하는 외국 관람객들에게 고스란히 전이될 것이다.
이른바 국가신인도의 향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향상은 한국이 만든 다른 상품들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터이니 그 경제적인 가치는 계산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보이지 않게 국가 신인도 향상에 기여했다면 지난 주 우리 국회에서 있었던 대통령 탄핵안 발의와 의결은 국가신인도를 깎아내린 참으로 부끄러운 사태라 아니할 수 없다.
외국언론들이 유머가 아니냐,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느냐, 대통령의 죄명이 무엇이냐고 되물어 올 정도로 그들은 이 사태를 국가적인 심각한 위기로 해석하기보다는 한국이 지닌 정치적 후진성의 한 징표로 읽어내는 것이다.
외국언론들이 한국의 정치현실을 후진적인 코미디로 보는 것은 한국인의 삶과 열정을 동류의 의식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탄핵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한국산 물품 하나를 구입할 때 한국영화 한 편을 볼 때 그들이 머릿속에서 한국의 정치현실을 떠올리게 된다면 이는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탄핵안을 의결시킨 국회의원들은 지나간 시절 권위주의로 무장된 정권 앞에서 단 한번도 국민들의 인권이나 자유를 억압하는 그들의 주군을 탄핵한 이력이 없다.
강자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고 약자 앞에서는 지극히 강해지는 권위주의 시절의 노예근성을 이들의 모습 속에서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노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해서가 아니라 절대다수의 국민이 반대하는 탄핵안을 정쟁 차원에서 통과시킨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는 민주국가의 주인으로서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IMF 때보다 못하다는 경제 현실 속에서 지극히 소모적인 정쟁을 벌이고 헌법 재판소가 이를 심판하는데 국력을 소모하고 세계인들이 이를 코믹하게 바라보는 데 대한 수치심과 억하심정이 지금 국민들의 감정의 기저에 깔려 있는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촛불 하나씩을 들고 거리로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우리 시대의 한 희망을 본다.
그들의 모습 속에 펄럭이는 태극기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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