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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두의 골프콩트-그날 부부는 공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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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라운드가 있는 전날이면 난 지갑에 들어있던 돈을 만원짜리 한두 장 남겨놓고는 모두 숨긴다.

그런 헐렁한 지갑을 남편 앞에서 뒤집어 털면서 라운드 비용을 달라고 한다.

남편은 그린피와 캐디피, 식사비용을 까락까락 계산해서 준다.

내기를 할 것 같은 날이면 잔머리를 굴려야 한다.

"따서 돌려줄 테니까 조금 더 줘 봐요".

나는 코맹맹이 소리로 애교를 부린다.

"그 실력에 무슨 수로 딸 거야. 남의 돈 먹으려면 연습으로 기량을 향상시켜야지".

남편은 내게 돈 냄새만 맡게 해주고 지갑을 닫아버린다.

그러나 여기서 물러설 내가 아니다.

"기량이야 너무 향상되어서 탈이지. 알까기, 발로 차기, 동전치기…".

"이 마누라, 내기 골프 10년에 야바위만 늘었구만. 알을 까는 거야 오비(OB)나 분실구 벌타를 안 먹으려고 숲속에서 바지자락 밑으로 공을 슬쩍 흘려보내는 것이고, 발차기는 공을 발로 건드려서 치기 좋은 곳으로 옮기는 것인 줄 알겠는데, 동전치기는 무슨 속임수야?"

"그린에서 공을 줍기 전에 동전으로 마크를 하잖아. 마크를 하는 척하면서 동전을 엄지로 튕겨서 홀에 가까운 쪽으로 날아가게 하는 방법이지. 피나게 연습해서 절묘한 테크닉을 갖추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동전을 두 뼘쯤은 홀에 접근시킬 수가 있다구".

"당신이 그런 파렴치한 행동을 한다고 해도, 내가 모르면 상관없겠지만 알게 된 마당에는 자금조달을 맡은 공범이 되잖아. 게다가 당신은 공범한테 삥땅까지 치고…".

"부창부수에 부부는 일심동체인데…. 모른척하고 뒷돈만 대".

"그렇게 야로를 부리면, 사람이란 죄의식이 생겨서 심리가 안정이 안 되지. 그러면 공이 더 안 맞고".

"이실직고하건대, 내가 당신에게 삥땅은 쳤어. 그렇지만 내기 골프하면서 한번도 꼼수를 쓴 적은 없어. 그런 꼼수의 유혹에 마음이 흔들린 적은 많았지만".

"그럼 난 뭐야. 따면 당신이 삥땅을 쳐서 회수가 안 되고, 잃으면 잃어서 회수가 안 되고".

"친필로 각서도 쓰고 도장찍고, 사인하고, 인감증명서 첨부할게. 자 들어봐. 나는 남편이 뼈 빠지게 일해서 벌어다 준 돈으로 내기골프를 하였을 시에, 일당을 제한 이익금은 정확하게 반씩 나누고, 손실이 있었을 경우에는 살신성인의 마음가짐으로 손실에 상당하는 만큼의 봉사활동을 할 것을 맹세함. 여기서 봉사활동이란 깜짝 누드 엽기쑈를 해준다는 말이야".

나는 시뻘건 지장이 찍힌 각서를 남편 코 앞에 대령한다.

"또 속아? 당신이 써놓은 각서를 태운다면 라면 2인분은 충분히 끓이겠다".

내 남자는 투덜거리면서도 비상금 전대를 푼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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