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주 1병 첫 주문 단돈 100원'

'소주 1병이나 생맥주 500㏄ 첫 잔에 100원, 14K 귀고리 9천900원…'.

불황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자 대구의 대표적인 상권인 중구 동성로에도 원가 이하로 상품을 판매하는 업소들이 잇따르고 있다.

손님이 워낙 없다보니 손해를 감수해서라도 '미끼 상품'(로스 리더. loss leader)을 내걸어 더 많은 손님을 끌어들이고, 다른 정상 상품도 덩달아 팔리도록 하려는 것.

지난 주말 대구 동성로 한복판에 있는 한 호프집. 오후 5시30분부터 손님이 모여들기 시작해 7시가 지나자 발디딜 틈이 없었다.

주로 젊은 층의 고객들로 대부분 소주 1병 100원 등 로스리더상품에 이끌려 온 것.

친구 3명과 함께 이곳을 찾은 장모(32.대구 달서구 용산동)씨는 "맥주를 한두잔씩 먹는데 첫잔은 무조건 100원이기 때문에 추가주문을 하더라도 기분이 유쾌해진다"며 "한 푼이라도 싸게 먹는다는 생각 때문에 이곳을 찾게된다"고 말했다.

동성로 공평약국 근처의 한 화장품가게 앞 진열대에는 스프레이 700원, 헤어젤 1천원 등 값싼 제품들이 쌓여있었다.

또 인근의 한 귀금속점에는 14K 귀고리 9천900원, 18K 귀고리 1만5천원, 순은 귀고리 5천원 등 원가보다 싼 제품들이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귀금속점 한모(42.여) 사장은 "개업기념이나 특별한 날을 맞아 잠시하는 행사가 아니라 상시적으로 값싼 제품을 구입 가능토록 하기 때문에 많은 손님들이 찾고, 또 이로 인한 타제품의 매출 유발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로 인한 부작용도 적잖다.

로스리더상품으로 손님들을 끌어들인 뒤 값비싼 제품을 사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거나 필요이상의 제품을 사게끔 부추기기 때문. 또 음식점의 경우 추가주문을 하지 않을 때 눈치를 주는 경우도 있다.

특히 화장품이나 귀금속점 등의 상점은 값싼 일부 제품으로 인해 '싸구려'가게로 인식되는 일도 있다는 것.

대구백화점 박병준 이사는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가격에 대한 시민들의 민감도가 예전보다 훨씬 심해졌다"며 "이제는 백화점뿐 아니라 동성로의 각종 상점들도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미끼상품을 앞세워 손님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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