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디어활용교육/생각해보기-과학 잣대 인간 자질 검증

'가타카'는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고 꿈을 이룬 한 인간의 승리를 그린 SF영화다.

인간성이 무시되고 과학을 통한 완벽함만이 최고의 미덕이 되는 미래 세계에 대한 비판이 스릴러로 그려진 작품이다.

빈센트는 부모의 사랑으로 태어난 아들이다.

열성 인자가 내포된 '신의 아이'다.

그가 31살까지밖에 못 산다는 판정을 받자 부모는 시험관 수정을 통해 완벽한 유전인자를 가진 동생 안톤을 출산한다.

유전자 조작으로 우성 인자만 가진 '과학의 아이'다.

빈센트는 자신의 운명을 거부한다.

그러나 과학의 판정대로 동생과의 수영 시합에서 번번이 진다.

어느 날 바다 한가운데서 익사하려는 동생을 구해냈을 때 그는 자신의 운명이 의지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집을 뛰쳐나온다.

'가타카'(Gattaca)는 DNA를 구성하는 염기인 아데닌, 티민, 시토신, 구아닌의 표기를 이용해 만든 말이다.

영화 속에서는 가장 완벽한 인간만이 입사할 수 있는 우주센터의 이름이자 과학에 대한 믿음으로 똘똘 뭉쳐진 미래 세계를 풍자하고 있다.

완벽과 이상을 추구하는 인간 욕망의 결정체이다.

만약 인간의 유전자 정보를 미리 알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심장질환 유전자를 가진 이가 고속철의 운전을 맡을 수 있을까. 아직 발병하지 않은 질환으로 인해 보험회사로부터 혜택을 받기도 어려울 것이다.

열성 유전자를 가진 아이에 대한 낙태가 자행되고, 태어나더라도 불안감과 소외감으로 사회생활 자체가 어려울 것이다.

'가타카'는 과학으로 잉태된 운명의 결정론을 거부한다.

도대체 어떻게 과학이 인간의 미래를 재단할 수 있다는 말인가. 빈센트는 자신의 운명을 뛰어 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소변과 피는 물론이고 사무실의 머리카락이나 비듬으로도 사람의 신분을 읽어내는 시스템. 그 속에서 그는 열성 인자를 능가하는 눈물나는 노력을 한다.

아이린과 육체적인 사랑을 한 후 바닷가에서 돌멩이로 몸을 씻는 장면은 가슴 찡하게 한다.

빈센트는 아이린에게 신분을 확인해 보라며 머리카락을 준다.

그러나 그녀는 바람에 날려버린다.

사랑을 지속하게 하는 인자는 과학으로 결정된 열성과 우성이 아니라 순수한 인간의 마음이란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영화가 역설하는 것이 위대한 인간성이다.

과학으로 탄생된 동생과 벌이는 최후의 수영시합은 순수한 남녀의 사랑으로 태어난 자연 인간의 승리를 보여준다.

인간의 순수한 사랑이 과학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가타카'는 현재 진행 중인 게놈 프로젝트의 허상을 잘 꼬집어낸 영화다.

현재 암이나 치매, 당뇨, 우울증 등 유전 질환으로 규명된 질병만 해도 4천여 종에 이른다.

유전자의 작용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면 유전병을 고치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될 것이 DNA 염기 서열을 알아냈다고 생명 현상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유전자가 인간성까지 담보하지는 않는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몇 년 사이 수백 명이 유전자 차별을 받았다고 한다.

1995년 실시된 한 조사에서는 유전질환을 가진 사람의 22%가 민간 보험회사의 건강보험 가입을 거부당했으며 미국의 500대 기업 중 3.5%가 종업원의 유전자 정보는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타카'의 음울한 미래 세계가 이미 현실 속에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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