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권자들 "총선후보 얼굴 좀 봅시다"

바야흐로 총선 시즌이 도래했으나 '선거특수 실종' 만큼이나 예비후보자들의 몸놀림이 예전보다 둔해졌다. 전반적인 정치불신 탓도 있지만 한나라당 대 열린우리당 대결로 선거판세가 짜여지면서 인물론이나 정책대결 분위기가 희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후보들은 출마를 포기하자니 준비해온 시간이 아깝고, 적극 나서자니 분위기가 좀체 일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결국 "후보등록만 하고 선거운동을 안 할 셈이냐"는 유권자의 질책을 듣기 일쑤다.

특히 선거구 통폐합으로 4개 군이 한 선거구가 된 영양.영덕.울진.봉화 지역 유권자들은 불만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모 정당 후보는 지난달 31일 오후 봉화군 석포리를 찾았다고 핀잔을 들어야 했다. 마을 노인들이 "지금까지 뭐하다가 이제사 왔노"라고 나무라는 바람에 체면만 구겼다. 한 노인(64)은 "솔직히 후보 얼굴을 처음으로 봐 반갑기도 하지만 그래도 선거철인데 너무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정당 후보는 이날 오전 5시30분쯤 영덕 강구에서 선거운동을 시작, 영해-후포-축산을 거쳐 울진 온양과 죽변, 영양 수비, 봉화 춘양까지 하루 동안에만 수백 km를 돌아 다녔다. 남은 선거기간 동안 면 소재지 나마 모두 찾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다. 그러나 유권자들로부터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는 욕을 예사로 얻어먹고 있다. 이 후보는 "새벽부터 아무리 돌아다녀도 선거구가 워낙 넓기 때문에 모든 지역을 다 찾아가기란 불가능하다"며 "그런데도 주민들에게 왜 지금 왔냐는 소릴 들을 땐 울고 싶다"고 토로했다.

포항 남.울릉 지역구 후보들은 울릉도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가자니 멀고, 그렇다고 내버려 둘 수가 없기 때문. 법정 선거기간 중 적어도 한 번은 울릉도에 가는 게 '도리'지만 일정을 잡기가 여의치 않다. 당연히 울릉도 주민들은 선거철 마다 새삼 소외감을 곱씹고 있다. 모 정당 후보는 "후보등록을 하고 짬을 내 1박2일 일정으로 울릉도에 다녀올 생각"이라며 "그러나 솔직히 선거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영천의 한 무소속 후보는 며칠동안 선거 사무실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다. 선거판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후보간 양자 대결구도가 되면서 불출마를 고민하느라 현장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은 탓이다. 이 후보는 "참모들과 수차례 회의를 했지만 의견이 반으로 갈려 출마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며 "그만두자니 명분이 안서고 출마하자니 결과가 뻔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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