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격변의 달이다.
언제나 그랬다.
계절의 변화가 성큼 성큼 다가오고 인간의 세상사(世上事)도 약동(躍動), 그것이다.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4월은 무엇보다 청년들의 역동성(力動性)에 가슴이 저린다.
자유당 독재정권의 부정선거 횡포에 죽음으로 항거, 민족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은 큰 일에 대한 우리 민족의 소회는 '영원한 수긍'이다.
또 돌아온 4월 15일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어떤 행태이건 역사의 틀을 남길 것이다.
우리 시대에 맞는 일꾼을 뽑는다.
유권자의 선택이다.
단순 정치행위를 넘어선 선택행위이되 이번 선거는 종전 선거와는 다른 유권자의 책임이 있다.
양상도 다르다.
정당 선택이 필수적이다.
1인 2표제(二票制). 지역 후보자 중 한 사람을 찍고 정당도 선택해야한다.
지역구 국회의원과 전국구 국회의원을 동시에 찍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유권자의 책무도 크다.
이 투표제의 목적은 정책 정당화에 있다.
처음 도입된 1인 2표제 결과는 우리 정당의 형태 존속이나 소멸에 큰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
매체(媒體)선거다.
미디어 의존도가 역대 어느 선거보다 높다.
뭉뚱거려봐서 그렇지 세부사항을 놓고 보면 전파매체가 주는 정보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디어 영향력 순위에 변화가 생겼다.
지금까지는 정치적 여론 형성을 그래도 인쇄매체가 주도해온 것은 사실이었다.
이번 선거부터 처지가 달라졌다.
개정선거법이 이를 가속화시켰다.
공영방송의 입후보자 토론회를 의무화했고 합동연설회 등을 없앴다.
입후보자와 유권자의 직접 대면(對面) 기회는 그만큼 줄어들었다.
전파와 동영상을 매개로 하는 TV의 선거정보 생산 역할이 돋보이는 환경 조성이다.
단순하게 보면 기계적 장치가 직접 대화방식을, 쌍방향 대화방식을 위축한 꼴이다.
논점은 또 있다.
TV매체가 과연 완전 무결하게 정치적 중립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TV는 어차피 감성(感性)매체라는 특성을 떠올릴 수밖에 없고 지금까지의 보도 상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른 우려다.
이런 기우가 헛된 논리가 되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TV의 객관성 확보, 균형성 유지에 대한 기대도 있다.
이젠 우리나라도 이래저래 미디어 정치 시대다.
전파 미디어 정치 주역들이 연출해내는 이벤트나 그림에 초점을 더욱 맞추는 성향이 있다.
미디어 정치의 태생적 한계다.
비디오에 잘 적응되는 정치인들의 소구력(訴求力)이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경우가 있다.
정치인들이 이미지 창출에 신경을 집중하는 이유다.
정책 대결 아닌 이미지 대결로 치닫는 폐해를 우려하는 것이다.
언변과 화술(話術)이 모든 것, 최우선의 조건으로 통하게 되는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매체의 이성적 판단 여부에 따라 대의민주주의의 발전이 판가름 난다.
이번 선거는 바람(風)선거다.
탄풍(탄핵정국).박풍(박근혜 효과).노풍(老風.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노인 폄하 발언)이 분다.
정당지지도가 이합집산(離合集散), 왔다갔다 한다.
'손가락질 선거'다.
실수나 실언을 확대 재생산하는 풍토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책보다는 바람으로 유권자를 묶자는 발상이다.
정당정치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상가(思想家) 루소는 유권자의 처지를 설득력있게 빗댔다.
"유권자는 선거날 하루만 주인이고 그 다음날부터는 오히려 머슴의 신세다"라고 했다.
한국의 정치 풍토와 이렇게 맞아떨어질수가 없다.
일차 책임은 정치인에게 있다지만 유권자의 몫도 크다.
가려 뽑지 못한 일, 뒤돌아 봐야 한다.
돈 받고 술.밥 얻어 먹고 투표장서 마음 바꾼 적, 과연 없었는가.
최소한 이런 사람을 선택했으면 한다.
청렴한 사람, 지도자의 첫째 요건이다.
아무데나 손벌리고 갖다 바쳐 공천 받고, 아무 것이나 몽땅 삼켜서 공천 팔아먹는 사람, 표로 응징해야 나라가 산다.
우리의 삶이 평안(平安)해진다.
좋은 학교 나왔다고, 학력 높다고 정치적 소양이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사람을 뽑자. 이말, 저말 다 바꾸고 온갖 것 동원해 변명하고, 거짓말을 계속 생산하는 사람, 우린 뽑은 적 있다.
왜 내가 부끄러운지를 아는 사람, 지도자 자격 있다.
부끄럽기 때문에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 지를 아는 사람, 우리의 지도자다.
정치 수준은 국민의 의식수준이다.
우리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부끄러워 할 줄을 아는 사람, 부끄럽기 때문에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 우리 곁에 머물게 해야 한다.
이제 유권자 차례다.
최종진(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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