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산행 간담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1일 탄핵가결 이후 처음으로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북악산 산행'에 나섰다.

4.15 총선을 불과 나흘 앞둔 시점에 노 대통령의 산행간담회가 이뤄지자 탄핵기억을 되살려 지지표 결속을 위한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래선지 노 대통령은 탄핵과 총선 등 정국현안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 등 말을 아꼈고 청와대측도 "산행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는 없다"며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노 대통령의 발언내용에 대해서는 '오프더레코더'를 요청하는 등 민감하게 대응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산행도중 세차례 정도 쉬면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산을 오르면서 노 대통령은 탄핵안 가결이후 한달여 동안의 청와대생활에 대해 "답답하다"면서 "청와대에 봄이 오고 꽃이 활짝 피고 하니까 좀 대비가 된다"면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심정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산행 내내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변화를 보면서 부질없는 일에 아옹다옹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역사에도 섭리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또 한달 전과 심경의 차이가 있느냐고 묻자 "만물은 변화한다.

세상에 어제와 똑같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도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과정에 대해 "재판을 앞둔 피고인의 심정"이라면서 "나는 봄을 맞이하려면 심판을 두개 거쳐야 된다"고 말했다.

탄핵심판뿐 아니라 "지금은 총선 때문에 정치적 연금까지 돼 있는 상태"이므로 법적, 정치적 해금이 있어야 된다는 뜻이었다.

총선이후의 정국상황을 묻자 "내가 석방될지 안될지도 모르는데…"라며 언급을 회피하면서도 "총선이 끝나고 나면 (지금까지의)이 모든 혼란과 갈등이 극복되고 새로운 정치의 희망을 뚜렷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서로 협력과 상생의 정치, 대화의 정치의 방향이 잡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산행에는 이병완(李炳浣) 홍보수석과 윤태영(尹太瀛) 대변인, 김세옥(金世鈺) 경호실장 등 몇몇 참모들만 동행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