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선거후 자원봉사자가 할 일

이번 선거에는 특히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이 크다.

은퇴한 한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은 제자의 선거운동을 위해서 도시락을 싸들고 선거사무실을 찾았다.

컵라면,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청년들과 보온병에 커피를 담아들고 홍보활동에 열을 올리는 주부 자원봉사자들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신다.

이런 풍경은 가장 긍정적이고 건강한 지역구 사무실의 분위기다.

물론 전국의 모든 지역구 사무실의 분위기가 다 이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선거사무실이 예전처럼 흥청거리고 들떠있는 분위기가 아님은 확실한 것 같다.

이번 선거기간 동안 총동원되는 유급당직자와 자원봉사자 숫자는 약10만명 정도가 될 것이다.

이들의 힘으로 선거가 치러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찌기 사회학자 코휀은 말하길 "자원봉사자는 타인을 돕지만 자신을 발전시키고 보람과 가치있는 삶을 증진하며 근원적인 민주주의 기틀을 만들고 점진적 사회개혁을 이룩한다"고 갈파했다.

이번 선거에서 자원봉사자로 수고한 분들은 바로 이런 이론에 부합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선거일인 내일 모레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결전의 날이다.

그동안 총선에 출마한 후보로서 직접 일선에서 뛰었던 사람들과 각 당의 지도부는 말할 것도 없고 시민, 사회단체 또는 일반 국민들까지도 선거는 부담이 되고 걱정이 되는 일이다.

엄격한 선거법속에서도 선거 당사자와 당원들은 사력을 다했을 것이다.

특히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노력과 헌신은 가슴이 찡해오는 감동도 준다.

결전의 골인점을 향한 질주의 시간도 불과 몇 시간 남지 않았다.

선거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을 못하겠지만 결과에 따라 당사자들은 각자 자신들의 위치로 돌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선거라는 대사를 훌륭하게 치르도록 큰 역할을 한 자원봉사자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필자는 그들이 한 가지 목적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돕고 참여하고 발벗고 나섰던 것처럼 그 능력과 열성을 이대로 사장시키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주위에는 곳곳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고 의식있는 이들의 참여와 동참의 의지를 갖고 있는 마음이 필요한 곳이 많다.

그들이 이번 선거자원봉사를 했던 경험을 되살려 앞으로 평생에 걸쳐 할 수 있을 만한 새로운 일감들을 선택하였으면 한다.

다음 세대에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유산을 민간의 힘으로 물려주자는 취지를 갖고 있는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에 참여해도 좋고 자원재활용 운동의 일환으로 펼치고 있는 아름다운 가게나 녹색가게 운동에 동참해도 좋겠다.

또 생태계 살리기, 자연늪지 보존회, 소농보존회에 참여할 수도 있고 유기농장, 주말농장에 회원으로 가입하거나 빗물연구소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양로원, 치매센터, 장애인복지시설, 어린이놀이방, 놀이기구 연구회, 소년소녀가장 돕기를 위해서도 시간을 낼 수 있고, 들꽃마을, 생태마을 추진사업을 전개하는 것도 좋겠다.

김치학교, 된장축제 등 향토문화와 관광진흥사업도 생각해볼 수 있겠고, 또한 민족문제, 통일, 평화 문제에도 봉사할 일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주부재취업, 이혼상담소, 퇴직준비 교육 등 직업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비한 무궁무진한 일감 중 내가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보는 것은 어떨까?

진정한 자원봉사를 통해서 한 개인으로서는 더없는 보람과 행복을 누리고 사회적으로 민주주의를 꽃피우게 하는 씨앗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근화 (사)여성자원금고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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